난파 직전의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에 오른 이종운 신임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 1989년 입단 프랜차이즈 스타
- 경남고·청소년대표 감독 역임
- "선수들 잘 알아 갈등 봉합 적임"
- 권두조·공필성 코치 거취 관심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이종운(48) 신임 감독을 낙점한 중요한 이유는 '소통'이다. 배재후 단장은 31일 "선수단부터 코칭스태프까지 얽힌 '갈등'을 해결하려면 '형님'같은 지도 스타일이 필요하다. 외유내강형인 이 감독은 선수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어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 신임 감독은 부산 감천초-대신중-경남고-동아대를 거쳐 1989년 거인 유니폼을 입고 9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8년 한화에서 은퇴할 때까지 10시즌 동안 타율 0.272리에 9홈런 212타점 98도루를 기록했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뛰어난 타격과 주루 센스를 과시했다. 당시 전준호·김응국·박정태·김민호와 함께 타선을 이끈 그는 1992년 타율 0.314에 14개의 3루타를 때리며 '3루타의 사나이'로 불렸다. 한 시즌 3루타 14개 기록은 올해 서건창(넥센)이 경신하기 전 단일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이었다.

이 감독은 1998년 일본 지바마린스에서 코치 연수를 마치고 롯데 코치로 복귀했다가 2003년부터 경남고 감독을 맡았다. 2007년 청소년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아시아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올해 3군 수석코치로 친정에 돌아온 그는 지난 8월 코칭스태프 보직 개편 때 1군 주루코치로 옮겼다.

이 감독이 키운 경남고 출신 선수들도 많다. 신본기(유격수) 장성우(포수) 하준호(외야수) 김민하(외야수) 이상화(투수)는 이 신임 감독이 경남고 감독 시절 키운 선수들이다. 이른바 '이종운 키즈'들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감독의 과제는 내분 수습과 성적이다. 현재 롯데는 프런트와 선수단의 갈등으로 난파 직전이다. 지난 5월 울산 홈경기 당시 프런트가 숙소의 CCTV로 선수들을 감시한 사실까지 불거지면서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 선수단은 최근 성명서에서 "이문한 운영부장이 오고 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됐다. 코치님들도 편이 갈려 선수들과 불화가 시작됐다. 1군 코치들도 모르는 엔트리 변경도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당사자로 지목된 이 운영부장은 지난달 30일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 전직 코치는 "카리스마와 소통능력을 겸비한 감독이 빨리 선임됐어도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막을 수 있었지 않았겠나. 늦었지만 이 신임 감독이 선수단과 프런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C TV 사찰의 주동자로 몰린 권두조 수석코치와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감독 선임에 반대한 공필성 코치의 거취도 관심을 끈다. 이 감독이 두 코치를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내부 갈등 수습뿐만 아니라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부산 야구를 '가을 잔치'로 이끌어야 하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