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롯데전 도중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롯데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침울해 있다. 국제신문DB

- 삼성 코치 23명 투입 육성
- 위기 때 주전 대신 대활약
- 롯데 2군 선수에 기회 안 줘
- 주전 부상 당하면 무너져

장면 1. 프로야구 롯데-삼성전이 열린 지난 26일 사직구장. 삼성 류중일 감독은 3-5로 뒤진 5회말 1사 1루에서 선발 장원삼을 내리고 중고신인 김현우를 투입했다. 올 시즌 1홀드만 기록 중이던 김현우는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생애 첫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젊은 불펜' 심창민과 백정현도 제 역할을 했다. 반면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롯데의 '늙은 불펜' 이명우·김성배·김사율은 5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삼성은 이날 선발 타순에 3할 타자 박석민과 박한이 대신 김헌곤과 박해민을 넣고도 16안타를 치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용병술이었다.

장면 2. 3할대 불꽃타를 치던 롯데 유격수 문규현은 지난 6월 24일 오른손 검지 골절상을 당했다. 백업 신본기도 지난달 25일 잠실 LG전에서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고 빠졌다. 긴급 투입된 박기혁은 타율 0.157의 저조한 성적표를 남기고 지난 25일 2군행 짐을 쌌다. 좌익수 이승화와 김문호도 재활군으로 간 지 오래다. 롯데는 '태업 논란'을 일으켰던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의 공백도 메우지 못했다. 주전들이 빠지자 날개 없이 추락했다. 6월 월간 승률 13승 6패에서 7월(8승 14패)과 8월(2승 13패)로 곤두박질쳤다. 노쇠한 불펜진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7.56으로 꼴찌다. '마당쇠' 이명우는 '동네북' 신세가 됐다.

많은 전문가가 롯데와 삼성의 차이점으로 '화수분 야구'를 꼽는다. 삼성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3명의 코치가 유망주를 육성한다. 권두조 수석코치가 빠진 롯데(18명)보다 5명이 더 많다. '젊은 피'의 수혈은 곧 전력이다. 삼성은 재활 중인 베테랑 포수 진갑용의 자리를 이지영·이흥련으로 메웠다. 4번 타자 최형우가 지난달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빠져 있었는데도 팀 타선이 버텼다. 주전이 빠지면 바로 빈자리가 느껴지는 롯데와는 대조적이다. 올해 롯데는 2군 유망주가 주전을 꿰찬 적이 없다. 롯데가 위기에 약한 이유다.

스포츠 팀과 기업 등 어떤 조직이든 선수(조직원)의 고른 경기력(실력), 주전을 뒷받침할 백업 요원의 건재, 젊은 피를 수혈해 인재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삼성은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산MBC 최효석 야구 해설위원은 "롯데는 시즌 초반부터 특정 선수들만 집중적으로 기용했다. 유망주들은 부상 선수가 나오면 1군에 콜업됐다가 다시 2군으로 돌아갔다. 삼성처럼 괄목상대할 선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롯데 선발 마운드는 30대 중반이 대부분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 육성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신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