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초등학교 때 유도선수였다. 중학교 때 태권도 시합에 나간 형을 따라갔다가 레슬링 코치의 눈에 띄어 종목을 바꿨다. 김인섭 삼성생명 코치는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24)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아직 50%도 완성되지 않은 선수"라고 평가한다. 2010년에야 대표 선수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큰 경기 경험도 아직 많지 않다. 그럼에도 김현우가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우뚝 선 것은 타고난 힘과 근지구력 때문이란 분석이다. 유도에서 레슬링으로 전환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58㎏급 은메달을 딴 김 코치의 경험도 김현우에게 '금보약'이 됐다.

■8년 만에 찾은 자존심

김현우가 2004년 아테네의 정지현 이후 끊어졌던 한국 레슬링의 올림픽 금맥을 8년 만에 런던에서 이었다. 김현우는 8일 새벽 (한국시간) 열린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타마스 로린츠(헝가리)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 나선 김현우의 오른쪽 눈은 피멍으로 퉁퉁 부어 있었다. 그는 무리한 공격 대신 안정적으로 1분30초를 버텨 파테르에 돌입했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어 1세트 수비에 나선 김현우는 마지막 2초를 남기고 하체가 들려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끝내 상대에 점수를 내주지 않아 1점을 획득, 첫 세트를 가져갔다. 그레코로만형에서는 각 세트 1분30초 이후 30초 동안 벌어지는 파테르에서 공격자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수비자가 1점을 얻는다.

2세트에도 0-0으로 맞서 파테르 공격에 나선 김현우는 13초 만에 주특기인 측면들어던지기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로린츠가 수비 과정에서 다리를 건드려 방해했다며 김현우에게 2점을 줬다. 금메달을 확정 지은 김현우는 코치진과 얼싸안고 포효하며 감격에 젖었다. 

■정신력의 승리

금메달이 확정된 뒤 김현우는 매트 중앙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큰절을 올렸다. 그는 "지도자분들과 응원해 주신 모든 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는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 상대와 부딪힌 게 쌓여서 눈에 부상을 입게 됐다"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거슬려서 지장이 있긴 했지만 정신력으로 했다"며 싱긋 웃었다.

다른 선수들이 100㎏의 바벨을 10번 드는 훈련을 한다면 김현우는 105㎏의 바벨을 빠른 속도로 8번 들었다. 최대 근력 훈련을 하되, 그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김현우는 이 훈련을 하면서 "심장을 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극한의 훈련을 견뎌낸 것이다.

슬럼프도 있었다. 김현우는 국가대표 데뷔 첫해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회전에 탈락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그는 김인섭 코치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뜻대로 되지 않는 레슬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당시 김 코치는 김현우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깨알같이 적어놓았던 수첩을 북북 찢으며 "지금까지의 훈련을 모두 잊고 새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김현우는 "몇 년 전부터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세리머니도 떠올려 보곤 했는데 실제로 올라 보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면서 "레슬링은 내 삶의 전부"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