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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공공예술은 지금 <3> 시카고 공공예술의 과거와 현재(하)

공공예술의 대표적 인물 - 메리 제인 제이콥 교수

"'행동하는 문화'는 사람과 삶 결합된 예술"

액자에 걸린 작품이 아니라 삶과 문화와 장소에 관여한 예술

사회적 활동속에서 소재 찾고 삶속으로 들어올 때 진정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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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공공예술그룹이 브론즈빌 동네에서 작업한 벽화 '떠오르는 흑인여성'.


공공예술이라 하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메리 제인 제이콥 미국 시카고 예술대 교수. 그가 1993년 시카고 전역에서 펼친 '행동하는 문화(Culture in Action)'는 공공예술의 '사건'으로 기록되며, 지역 공동체에 기반한 공공예술인 커뮤니티 아트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지난달 30일 제이콥 교수를 시카고 설리번갤러리에서 만나 '행동하는 문화'의 의의와 이후 달라진 미국의 공공예술에 대해 들었다.

▶커뮤니티 아트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행동하는 문화'는 어떤 의의를 가지나.

-1993년 '행동하는 문화'가 커뮤니티 아트의 첫 시작은 아니다. 예술이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은 1930년대로 돌아갈 수도 있고, 크게 보자면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시작된 때부터라고도 볼 수 있다. 1920년대 이후또는 그 이전부터 액자와 미술관에 들어간 것을 현대미술이라고 하는데, '행동하는 문화'는 현대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부각시켰다. 예술을 액자나 미술관에 집어넣는 행위로부터 벗어나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가도록 했다. '행동하는 문화'는 이런 예술과 삶, 사회의 중요성이 모이는 순간에서 행해진 프로젝트이고, 액자에 걸린 작품이 아니라 삶과 문화와 장소에 관여한 예술이다. 참가자들은 사회적 활동 속에서 소재를 찾았다. 장소와의 관련성을 찾았고,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대답하려 노력했다. 진정한 작품이 되려면 삶속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믿었다.

   
메리 제인 제이콥 미국 시카고 예술대 교수가 공공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후 시카고의 공공예술은 어떻게 달라졌나.

-시카고 안팎의 변화가 있었다. 시카고 안에서 달라진 점은 이미 자발적으로 커뮤니티 아트 작업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을 안했던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행동하는 문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트리트 레벨 비디오'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고교 졸업 후 필름 메이커들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15년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100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시카고 밖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행동하는 문화' 이후 '이렇게 예술이 사람들의 삶과 공간과 장소성에 반응할 수 있구나'하고 영감을 얻은 작가들을 볼 수 있었다.

▶'행동하는 문화' 이후는 어떤 작업을 했나.

-불교와 현대미술에 관한 주제로 활동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행동하는 문화' 이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커뮤티니 아트를 고민하다 찾은 것이 동양철학이었고, 특히 불교의 '무상'에 관심을 두게 됐다. 열린 마음으로 커뮤니티 아트에 접근했다.

▶공공예술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커뮤니티 아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의도다. 책을 보고 다른 나라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하지만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각 커뮤니티마다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수학적 공식같은 방법을 쓸 수는 없다. 누가,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각기 다른 요소를 묶을지 결정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최근 미국 공공예술에서 새로운 논쟁거리가 있는가.

-'행동하는 문화'가 예술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젊은 작가들이 사람들과의 관계에 기반한 작품을 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이슈다. 완전히 기반을 두거나 부분만 관여하는 등 커뮤니티와 연관된 여러 가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근래 훌륭한 커뮤니티 아트라 평가할 수 있는 사례는.

-한 학생이 픽업 트럭으로 프로젝트를 했다. 학교 졸업후 작업 스튜디오도 없고, 돈도 없자 픽업 트럭을 몰고 지역공동체로 가서 트럭을 소형 극장과 밥을 먹는 장소로 활용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는 (관의)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대화했다. 그 작가가 발견한 것은 '작품은 곧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라는 점이다.


# 행동하는 문화란

1991년 시작해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1993년 5월20일~9월30일 공개된 프로젝트. 커뮤니티라는 공적 영역에서 작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활동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시킨, 공공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프로젝트로 평가되고 있다. ▷실내정원을 만들어 HIV/에이즈 환자에게 대체식량 채소를 공급한 하하와 플러드 그룹의 '플러드' ▷청소년들과 지역공동체 구성원을 인터뷰하고 이를 비디오로 제작, 거리에 설치한 '스트리트 레벨 비디오' ▷훌륭한 업적을 남긴 지역여성 100명을 선정해 도심에 바위기념물을 설치한 수잔 레이시 등의 '일순(一巡)' 등 8개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행동하는 문화'는 공동체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의 교육하는 과정 전체를 예술로 보았다.


■ 시카고 공공예술그룹은

- 다민족 작가로 구성된 커뮤니티 아트 단체

- 흑인여성운동·이주역사 등 작품에서 그려

시카고 공공예술그룹(Chicago Public Art Group)은 20명의 다민족 작가로 구성된 이 지역의 대표적 커뮤니티 아트 단체다. 1960년대 시카고 흑인마을의 벽화운동에서 출발한 그룹으로, 40여 년 동안 시카고 전역의 빈민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의 작가이자 기획자인 올리비아 구드 시카고 일리노이대 교수의 안내로, 지난달 29일 시카고 남쪽에 위치한 브론즈빌에서 시카고 벽화운동의 역사를 둘러봤다. 브론즈빌은 흑인과 백인 분리정책에 따라 형성된 대표적 흑인 거주지다.

"분리 정책이 흑인문화를 유지, 계승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구드 교수의 설명처럼 수십년간 잘 보존된 벽화는 마을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미셸 케이톤 등이 그린 1976년작 '단결할 시간(Time to Unite)'은 흑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저스틴 드반의 1977년작 '떠오르는 흑인여성(Black Women Emerging)'은 흑인여성운동을 상징화하고 있으며, 엘리엇도넬리 유스센터에 위치한 마르쿠스 아킨라나의 '대이주(The great Migration)'(1995년)는 물길을 따라 진행된 흑인 이주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벽화들은 시카고공공예술그룹이 제작한 것으로 직접 보수, 유지도 하고 있다.

시카고 공공예술그룹은 최근 인근의 힐리아드 아파트에서 재미있는 건축조형물 작업을 벌였다. 6년 전 재건축된 흑인과 중국계 미국인 위주의 저소득자 시니어 거주촌인 이 곳에서 '건물은 공간이다(Structure is Space)'는 주제로 누구나 편하게 쉬거나 놀 수 있는 의자 형태의 미술품을 만든 것. 지역 청소년, 노인과 협업해 동네의 역사를 표현한 작품이다. 직접 작가로 참여한 구드 교수는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희망의 공간으로 창조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했다"며 "커뮤니티 아트에서 작가의 작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가지지만, 삶의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룹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안정적 재원 확보. 그는 "현재 연간 90만 달러를 지원받아 3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LA나 필라델피아와는 달리 시로부터 고정적인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도시문화를 만드는, '문화 민주주의'를 향한 시카고공공예술그룹의 행보는 여전히 거침이 없다. www.cpag.net


■ 아웃사이더 아트 단체 '갤러리 37'

- 장애인들에게 '프로작가'의 꿈을 심다

   
'온워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작가가 자신이 그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초상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카고 아웃사이더 아트(장애 등을 가진 이들의 비주류 예술)의 주요 단체인 '갤러리37'. 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미술 프로그램을 지난 20년간 운영해 오고 있다. 이 곳은 2004년부터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온워드 프로젝트(Project Onward)'를 별도로 가동하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면 갤러리37을 떠나야 하는데, 마땅히 자립할 방법이 없는 장애인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및 작가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온워드 프로젝트는 공공기관인 시카고문화센터 1층에 작업 공방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19세부터 67세까지 35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이들을 프로 작가로 키워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 참여 작가들은 주로 갤러리37 프로그램을 졸업한 학생이거나, 다른 장애인 시설에서 예술적 재능이 발견돼 추천된 인물, 또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선발된 자들이다. 이렇게 생산된 작품은 갤러리37뿐 아니라 뉴욕이나 파리 등지의 갤러리에서 전시되기도 한다. 연간 30만 달러가량의 운영 및 사업비는 시카고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온워드 프로젝트 롭 렌츠 디렉터는 "장애인 이전에 작가인 이들이 예술을 공통분모로 다양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이 작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프로젝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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