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술계 서양화단의 최고령 작가 서재만(93) 화백의 의미 있는 회고전이 마련됐다.

서재만 화백의 ‘overlap-08’(2009년 작품).

서재만 화백의 회고전 ‘묻혔습니다’가 2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금련산갤러리(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 지하1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고령으로 더 이상 작업이 어려운 서재만 화백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아들 서재억 씨가 아버지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로 기획했고 지역 미술계 인사들이 힘을 보태 열리게 됐다.

서재만 화백은 1933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55년 부산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경남여고 부산여고 진주여고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3년부터 실험적인 작업으로 유명했던 부산의 미술 동인 ‘혁’에 합류해 활동했고, 부산미술대전 운영위원장과 부산창작미술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부산 추상미술을 이끄는 작가로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자연의 법칙이나 자연현상 등 만물의 근원에 작업의 기반을 두고 이를 유기적인 형태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빛이라는 무형의 대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추상에서 시작된 작업이 이후 특정한 형태를 패턴화하며 반복적으로 그리는 전면 추상으로 발전했다. 또 ‘묻혔습니다’란 테마로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질서에 맞춘 기하학적 추상 작업도 다수 남겼다.

특히 작가는 1960년대 이후 모더니즘의 답습이 만연했던 부산 화단에 새로운 현대미술의 시각을 열며 다양한 미술 방법론을 개척한 화가였다. 무수한 이미지와 상상력의 겹침, 실험과 창작으로 어우러진 작업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을 만들고 또 다른 미적 세계에 도전하는 작업을 펼쳤다.

이번 전시에는 서재만 화백의 대형 작품부터 ‘묻혔습니다’를 테마로 한 작품 등 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60여 점을 선정해 소개한다. 서재만 화백의 70년사 족적을 되돌아보면서 부산 근현대 미술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로도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