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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주목한 영화,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다큐

특별기획 프로그램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9-29 18:35:5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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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이후 데뷔 日 감독작 10편
- 원시적 기법과 필름감성 재현 시도
- 다채로운 다큐멘터리 10편도 소개

■일본영화의 새로운 물결

2010년 이후 데뷔한 일본 감독들의 작품 가운데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10편을 선정했다.

우리 집
★우리 집(기요하라 유이/일본)

바닷가 마을에 있는 낡은 ‘집’을 무대로 두 여성의 이야기가 평행하게 그려진다. 한쪽에는 아버지가 실종된 뒤 어머니와 둘이 살아가는 열네 살의 셰리. 또 다른 한쪽엔 페리 위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둘은 교차하지 않는 평행 세계에 있는 듯하지만 낡아빠진 셔터 계단 창문에 드리운 반투명의 천, 유리 꽃병, 그러한 매혹적인 오브제가 이른바 개구부가 되어 ‘저쪽’과 ‘이쪽’은 반전되기 시작한다.

★내가 돌아갈 곳(후지모토 아키오/일본)

일본에서 난민 인정을 기다리며 지내는 미얀마인 가족이 직면한 어려움을 그린 작품. 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남자 주인공은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을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난민 신청은 불허되고 그는 입국관리국에 붙잡힌다. 일본 생활에 불안감을 느낀 아내는 두 아들을 데리고 모국 미얀마로 돌아가는데, 일본어를 쓰며 자란 아이들 또한 익숙하지 않은 미얀마 땅에서 깊은 불안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의, 정직(노하라 다다시/일본)

2010년대의 가장 중요한 일본 영화 ‘해피 아워’(2015)의 정신적인 속편. 전작의 감독이었던 하마구치 류스케가 활동의 장을 도쿄로 되돌린 뒤 고베에 남은 스태프와 배우들 대부분이 재집결해 제작한 작품이다. 사랑을 갈망하는 전대미문의 누나와 남동생의 이야기가 병행하여 진행된다. 누나는 우연히 만난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년을 자신의 진짜 아들이라고 주장하고, 남동생은 래퍼로서의 창작 활동에 매진하다 못해 아내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두 이야기는 이윽고 교차하여 어느새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다.

■21세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선

21세기에 등장한 대담하고 혁신적인 10편의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소개한다.

★나의 위니펙(가이 매딘/캐나다)

나의 위니펙
얼어붙은 흑백의 도시 위니펙, 이 도시와 가족의 비밀을 캐려는 감독이 기차 칸에서 잠이 든다. 몽유병자의 꿈처럼 보이는 위니펙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빠르고 현란한 편집, 편집증적인 클로즈업, 연출된 포즈, 격앙된 보이스오버, 심리극 풍의 재연이 이어지고. 흥미롭게도 디지털시대에 원시적인 기법과 실험으로 필름시대의 기원으로 돌아가려는 모든 시도들이 ‘나의 위니펙’을 현대 다큐멘터리에서도 최첨단의 자리로 올려놓는다.

★성스러운 도로(지안프랑코 로시/이탈리아·프랑스)

지안프랑코 로시는 로마를 둘러싼 거대한 외곽순환도로 그라와 그 주변부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카메라 없이 오래 머물다가 공간이든 사람이든 잘 알게 되고 나서야 찍기 시작한다는 로시의 작업방식은 사건을 포착하기에는 너무 느리지만 이야기를 발견하는 데에는 제격이다. 그는 외곽순환도로 주변부의 삶을 조각조각 꿰맞추어 작고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하나의 태피스트리를 구성해낸다.

★카메라퍼슨(커스틴 존슨/미국)

카메라퍼슨
첫 자막에서 커스틴 존슨은 지난 25년간 다큐멘터리 촬영감독으로 일하면서 다른 감독을 위해 찍은 푸티지들을 모아놓고 이것을 자신의 회고록으로 보아주길 우리에게 요청한다. 스크린에는 보스니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쿠바 등 내전 대량학살 전쟁 성범죄로 얼룩진 비극의 공간들이 파편화된 형태로 불려 나온다. 그 이미지들 사이에 감독은 자신의 쌍둥이 자녀와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찍은 홈 무비 클립을 편집해 넣었다.

★에브리씽 윌 비 오케이(리티 판/캄보디아·프랑스)

동물들의 영화관이 열리고 스크린에는 인류의 역사가 펼쳐진다. 히틀러 베트남전 원폭 나치 수용소 내전 학살 등 인간이 자행한 비극의 역사를 관람한 동물들은 거기서 무얼 배울 것인가? ‘에브리씽 윌 비 오케이’에서 리티 판은 동물들이 권력을 쥐게 된 세상을 상상한다. 아카이브 필름에 스톱모션 인형극을 결합하여 디스토피아 우화를 그려낸 이 독특한 스타일의 다큐멘터리는 멜리에스부터 로베스 피에르에 이르는 방대한 인용, 아카이브 영상이 투사되는 다중 분할 화면, 은유로 가득한 내레이션을 동원해 미래에 대한 그의 전망을 통렬하게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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