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넷플릭스에서 눈에 띄게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기 어려웠다는 불평을 하던 시청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이런 불평을 한 번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이 작품을 좀 유머스럽게 한 줄로 표현하자면 “K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가능하고 참아냄으로) 정말 대단하다”로 하겠다.

넷플릭스 시리즈 &27114;수리남&27370;(Narco-Saints )에서 강인구 역할을 맡은 하정우. &f1;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남미의 한 나라 이름으로 이곳을 장악한 마약대부 때문에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이 비밀 임부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지난 9일 공개된 이후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을 만든 윤종빈 감독은 장편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배우 하정우와 함께 했다. 대학 선후배라는 두 사람의 합은 아주 좋아서 윤 감독의 영화 대부분에 하 배우가 출연해 그는 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도 불린다.

작품 속에서 하 배우가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첫 시리즈에서 그 특유의 조곤조곤 하지만 리드미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사톤이었다. 하 배우의 이런 대사 소화는 보는 사람을 나도 모르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솜씨좋은 이야기꾼이나 베테랑 세일즈맨 같은 유려한 말솜씨 덕분이다. 물론 대사는 대본에 정해져 있겠지만 그의 이런 대사처리에는 절로 빠져든다. 느와르처럼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로 나가다가도 가벼운 터치의 유머가 적절히 섞여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액션이나 세트, 배우들의 의상도 나무랄 데 없다.

눈길이 가는 공통점이라면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익현과 수리남의 강인구가 가족의 안락한 삶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아버지라는 점이다. 극중 최익현도 밖에선 나이트클럽에서 조직폭력배와 이권다툼을 벌이거나 부정청탁을 일삼는 ‘나쁜놈’이지만 아침 밥상에서 아들의 영어단어 암기를 챙기고 학원 진도에 대해 관심을 놓지 않는다. 하정우 역시 공부에 소질이 있는 큰 아들을 늘 독려하고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성적표를 챙겨본다. 가정 밖에서 자신이 어떤 험한 일을 당하더라도 자신의 가족만은 그런 고생의 흔적이 없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쉬운 점은 여성캐릭터의 부재다. 전요환 목사의 왕국에서 신도들을 핍박하는 여성이나 강인구의 아내로 등장하는 추자현은 연기력을 논하기에는 실례일 정도로 훌륭한 배우다. 그런데도 이들은 별 서사없는 주변의 역할을 담당한다. 만약 두 번째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분량이 배정되기는 어렵겠지만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