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 대사 차별의 삶 실감 높여

재일 교포 4세 배우의 연기로 일본 땅 교포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연극 ‘치마저고리’ 공연 장면.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제공

재일동포 극단 ‘달오름’은 1인극 ‘치마저고리’를 오는 26, 27일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에서 공연한다. 연극 ‘치마저고리’는 2인극 작품인데 1인극으로 꾸민 무대는 처음이다.

연극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차별받았던 설움을 ‘치마저고리’라는 소재에 담아 표현한다. 치마저고리와 관련된 실화를 다양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었다. 등교하는 전철에서 치마저고리가 찢어지거나, 일본 재킷식 교복으로 등교한 뒤 학교 탈의실에서 치마저고리로 갈아입는 사연 등을 통해 재일동포의 삶 속에 스민 아픔을 표현한다.

이번 작품은 재일교포로 구성된 스태프와 배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재일동포 4세 강하나 배우가 일인 다역을 소화한다. 연출을 맡은 김민수와 조연출의 변령나, 안무의 조청향 모두 재일교포다. 낯선 타국 땅에서 성장한 이들이 직접 만든 공연으로, 더 실감 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실성 높은 연극을 위해 일본어로 공연하는 점도 특징이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은 “재일동포의 한국어 구사는 한국인과 비교해 발음과 억양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 생활을 오래한 탓에 강하나 배우의 발음이 유창해 재일동포의 발음을 구현하기 어색했다. 실제감을 높이기 위해 일본어로 공연한다”고 말했다. 일본어는 자막으로 번역된다.

극단 달오름 김민수 연출은 “연극 ‘치마저고리’는 한국의 전통 의복에 깃든 엄마세대 재일교포의 에피소드를 엮어낸 작품이다. 우리 아이들이 일본에 살면서도 조선사람으로서 떳떳이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면서 “저고리를 사랑한 우리의 아프고 억센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 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극단 달오름은 재일동포 3세가 주축이 돼 창립한 단체다. 제주 4·3의 아픔을 그린 ‘고도의 여명’을 시작으로 ‘우토로’, ‘그녀 눈길너머’ 등 재일동포의 삶을 민족의 얼이 담긴 ‘마당극’으로 담아내려 노력했다. 18년 간 20여 편을 무대에 올릴만큼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