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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와 역도산, 일본인은 어떻게 과거를 기억·망각하는가

패전의 기억-신체·문화·이야기 1945~1970

이가라시 요시쿠니 지음 /임성숙 외 옮김 /소명출판·3만3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08-04 19:34:2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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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45년 8월 패망했다. 군국주의 일본은 지금 돌이켜봐도 놀라울 만큼 탐욕스럽고 잔인하게 많은 나라를 침략했다. 그런 대규모 침략전쟁을 오래 하려면 국민의 몸과 마음을 국가가 관리하고 사용하는 총동원 체제를 구축·유지·재생산해야 했다. 국민은 튼튼하고 검소하며 국가의 말을 잘 들어야 했고 적국을 증오해야 했으며 ‘우리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를 해방시키는 것’이라는 조작과 거짓말을 믿어야 했다.
일본 괴수영화 ‘신고질라(2017)’ 스틸컷.
1945년 8월 일본은 패망했다. 미국이 터뜨린 원자폭탄 두 방에 엄청난 일본 국민이 희생되고서야 일본의 지배자들은 항복했다.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기는 게 전부”(275쪽·1964년 도쿄올림픽 일본 여자배구팀 감독 다이마츠 히로후미의 전쟁 경험을 표현한 말)인 전쟁에서 졌으니 모든 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패전의 기억’은 일본인에게 어떻게 기억됐는가. 그렇게 갈무리된 기억은 일본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미국 밴더빌트대학 역사학부 교수 이가라시 요시쿠니의 저서 ‘패전의 기억-신체·문화·이야기 1945~1970’은 이런 주제를 진지하게 탐색하되, 일본인의 ‘신체’와 관련된 기억과 이야기에 주목한다. 예컨대 책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천황 다음으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일본인”(219쪽)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조선인’ 프로레슬러 역도산을 ‘기억과 신체’의 작용 측면에서 분석해 이렇게 설명한다.

프로레슬러 역도산.
“역도산은 악마와 같은 타자의 위협과 일본에 있었던 굴욕의 기억에서 전후 역사를 지켜냈다. 일본인 관객들에게 미국의 타자성과 패전의 기억을 상기시켜 그 망령을 쫓아냈다. ‘성실한 자신과 사악한 타자’라는 이항대립은 과거 일본의 기억으로 충족되었고 미국이라는 타자를 박살 낸 퍼포먼스는 최근 일본역사를 거부하는 일이기도 했다. 역도산은 신체를 사용하고 역사의 연속성에 존재하는 틈을 봉합했다.”(221쪽)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1954년 첫 편이 나온 일본 괴수영화 ‘고질라’를 들여다보고, 1964년 도쿄올림픽 때 ‘동양의 마녀’라는 별칭이 붙은 일본 여자 배구팀이 소련을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게 했던 다이마츠 히로후미 감독도 불러낸다. 패전 직후 일본을 지배했던 맥아더 장군이 일본 쇼와 천황을 만나 찍은 사진 한 장을 통해 멜로드라마 구조와 남성성·여성성 차원에서 그 의미를 복기한 것도 인상 깊다.

저자는 마루야마 마사오, 오에 겐자부로, 미사마 유키오 등 인문·예술 계통 인물과 다채로운 일본 대중문화 작품을 사례로 들면서 ‘패전의 기억’에 관한 일본 사회의 기억과 인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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