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앤미블루의 음악을 처음 접한 순간의 충격을 기억한다. 뉴욕에서 막 건너온 20대 청년 방준석과 이승렬이 선보인 블루지한 연주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틱하고 감각적인 사운드는 기존 한국 록밴드 음악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고음 작렬하는 록발라드와 펑크가 주를 이루던 당시 한국 록 신(scene)에서 생소한 감성이었다.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감격해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반복해 들었다.

수능을 마친 나는 서울 대학로 어느 소극장에서 유앤미블루와 신윤철의 합동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궁화호에 올랐다. 공연 직후 방준석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청하자 내 이름을 물었다. 대답하자 눈을 반짝이며 어디 방 씨인지 되물었다. 온양 방씨입니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덥석 끌어안고는 대기실로 데려가 멤버들에게 소개했다. “얘, 온양 방씨래!” 당시 멤버들의 “뭐 어쩌라고?”라는 표정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받은 사인에는 ‘온양 방씨 파이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쩌면 그는 나를 긴 외국 생활 끝에 고향에 돌아와 우연히 만난 숨겨진 사촌 동생 정도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세월이 흘러 몇 해 전 백현진과 함께한 부산공연 뒤풀이에서 다시 만나 그 얘길 하자 말없이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유앤미블루의 음악을 다시 반복해 듣는 요즘, 나는 그를 온양 방씨 집안이 낳은 자랑스러운 록스타로 영원히 기억하기로 다짐한다.

동경하던 록스타가 세상을 떠날 때마다 새삼 사후세계를 믿고 싶다. 지미 헨드릭스와 프레디 머큐리, 커트 코베인, 김현식과 신해철이 뜨겁게 연주를 이어가는 곳이 내가 꿈꾸는사후세계다. 언젠가 방준석 형님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그동안 들려주신 멋진 음악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