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는 역시 세계적인 무비스타답게 멋들어진 워킹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위로 성큼성큼 걸어 나와 돌연 열심히 농담을 던지던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후려쳤다. 순간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연출된 상황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전후 상황은 이미 너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생략해도 될 정도다.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극명한 반응 차이다. 미국인들은 폭력을 행사한 윌 스미스를 비난했고 한국인들은 ‘아무리 농담이라도 가족을 건드리는 건 못 참지’ ‘크리스 록이 맞을 짓 했네’라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윌 스미스가 암 투병 중 탈모로 삭발한 아내를 두고 심한 농담을 한 시상자 크리스 록의 안면을 강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맞을 짓이란 무엇인가? 댓글을 살피면서 내가 자라는 동안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맞았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성년이 되기 전 나를 때린 이는 주로 학교 선생님이었고, 성인이 된 후로는 군대 선임이었다. 매번 맞는 이유는 있었다. 학교에서는 지각해서나 떠들고 장난쳐서, 또는 숙제를 안 해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 걸려서, 성적이 떨어져서 등 다양했다. 군대에선 주로 ‘빠져서’라는 단순하고 애매한 이유로 맞았다. 이런 경험은 딱히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서 사실 이야깃거리도 못 되는 편이다.

농담은 가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그저 웃자고 무리하게 던진 이야기가 무겁고 심각한 상황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은 누구든 한 번쯤은 겪어봤거나,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니 던지기 전에 잽싸게 한 번 더 자기 검열을 거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폭력은 방송되든 안되든 그냥 명백하게 위험한 행위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수많은 한국인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맞을 짓’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때마침 내가 한국인이라 더욱더 그러하다. 윌 스미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 하나로 정작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누가 어떤 작품이 어떤 상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거의 회자되지 않는 분위기다. 누군가에겐 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영광의 순간일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어쨌거나 윌 스미스의 남우주연상 수상 축하한다. 연기는 참 잘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