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서태지 데뷔 30주년이다. 파격과 반항으로 똘똘 뭉친 X세대의 아이콘 서태지라는 이름과 30주년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뭔가 참 어색하다. 고백하자면 난 서태지의 ‘샤이 지지층’이었다.

‘서태지 신드롬’이라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전성기 시절 나는 흔한 X세대 청춘처럼 괜히 시니컬하게 관심 없는 척 곁눈질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집중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K-POP 편에서는 현재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POP의 시초를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라고 설명한다. 댄스뮤직, 헤비메탈, 힙합, R&B 등 이질적인 장르를 한데 뒤섞은 이 노래가 K-POP의 원형이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BTS와 블랙핑크의 전 지구적 인기에는 서태지의 지분이 있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수만 열광하는 트래쉬메탈, 얼터너티브록, 핌프록을 공중파 방송에서 선보이며 객석을 가득 메운 서태지 팬들이 일제히 헤드뱅잉 하던 모습 역시 세월이 흘러도 선명한 진풍경이었다. 분명 세상은 이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서태지는 그저 뮤지션의 이름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었다. 예측할 수 없던 음악적 행보뿐만 아니라,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는 게 상식이었던 시절 방송국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 굽히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던 최초의 뮤지션이다. 데뷔 시절부터 소속사 없이 매니저를 고용해 활동했던 서태지는 지금은 당연시됐지만 음반녹음을 위한 방송 활동 중단과 컴백시기를 최초로 스스로 결정했고, 지금은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염색과 장발을 규제했던 당시 보란 듯이 붉게 염색한 장발을 휘날리며 방송국의 두발규제를 한 방에 없애버리기도 했고, 음원 사전심의제도를 없애는데도 큰 몫을 담당했다. 당시 기성세대를 난처하게 했던 X세대의 거침없고 반항적인 태도와 이해 못 할 패션 역시 서태지의 지분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문화 대통령’이란 별명으로 불렸지만, 사실 겨우 5년 계약직 대통령보다 더 큰 영향을 끼쳐왔던 게 아닐까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Quiet Night’ 앨범을 끝으로 8년째 소식 없는 서태지의 컴백이 기다려진다. 지금껏 그래왔듯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모습 다시 보여주길 기대한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 국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