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시민이여,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아테네 인근 마라톤 평원에서 40여 ㎞를 쉬지 않고 달려온 벌거숭이 병사는 마지막 힘을 짜내 대승 소식을 외친 뒤 쓰러져 숨졌다. 사실(史實)일까. ‘역사’ 6권엔 이런 내용은 없다. 그 대신 ‘필리피데스(페이디피데스)’란 아테네인 전령이 등장한다. 그는 직업이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아테네 사령관들은 마라톤 전투 참전을 요청하기 위해 그를 스파르타로 보냈다.

‘역사’ 속 얘기를 방증하는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상’.

필리피데스는 달리고 달려 이틀 만에 200여 ㎞ 떨어진 스파르타에 닿는다. 하루 100여 ㎞를 뛰었다. 마라톤 평원과 아테네 간 실제 거리도 42.195㎞가 아닌 30여㎞다. 이렇게 보면 이 ‘마라톤 전투 승전보’ 얘기는 후대가 꾸며냈다고 봐야 한다. 올림픽이 열린 후 미화할 거리가 필요했을 터이다.

바다를 벌준답시고 채찍형을 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 왕이 그런 일을 벌였다(7권). 그리스 원정에 나선 그는 헬레스폰토스 해협에 이르자 다리 2개를 놓았는데 폭풍이 쳐 부서졌다. 왕은 분노해 바닷물에 채찍 300대를 가했고 족쇄 한 쌍을 빠뜨렸다. 자연도 벌주는 군주 위세를 보이면서 군대 사기도 유지하려는 속셈이었다.

저자가 계산한 페르시아 3차 원정군 규모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함선 1207척, 해상 병력 51만7610명, 보병 170만 명, 기병 8만 명, 낙타·전차 부대원 2만 명. 여기에 현지에서 징병한 병력까지 합치면 전투 부대원은 모두 264만1610명이라고 썼다(7권). 여기엔 동행한 민간 군무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정도 대군이니 작은 강을 식수로 쓰면 하루 만에 강바닥이 드러나고, 한꺼번에 화살을 쏘면 태양을 가렸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어머니를 수레에 태워 아르고스 신전 축제에 모신 후 숨졌다는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 얘기(1권)가 나온다. 이 효자들 조각상이 델피 유적지에서 발굴됐다.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가 솔론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가 묻자 이 현자가 답하는 과정에서 이 형제 사례가 인용된다. ‘역사’에는 이런 얘기가 푸짐하게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