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시놉시스가 공개되자 수많은 논란이 일어나며 제작 철회 국민청원이 이어졌던 드라마 ‘설강화’가 지난 주말 공개됐다. 제작사는 끊임없이 억울함을 토로했고 드라마 OST에 참여한 가수 성시경 역시 방영 전부터 논란에 휩싸인 ‘설강화’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예전 아이유와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나의 아저씨’ 역시 제목과 간략한 설정으로 여혐 논란이 이어졌지만, 정작 나를 포함해 수많은 이의 인생 드라마가 되기도 했으니, 일단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최루탄 연기 자욱한 민주화 시위 열기가 타오른 1987년을 배경으로 안기부 요원들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남파 간첩은 거리 시위대를 돌파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후시 녹음까지 하여 뚜렷하게 남파간첩과 안기부 요원들 추격전 BGM으로 활용한다. 총격전까지 벌이며 여대 기숙사에 숨어든 남파간첩을 발견한 여주인공이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하고 숨겨주는 가운데, 뽀샤시한 화면과 동화적이고 달달한 음악으로 슬프고 운명적인 사랑을 예고한다.

1화가 공개되자 방영금지 청원에 불이 붙었다.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분명히 똥인 건 맞는 것 같은 데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찍어 먹어보자는 사람이 항상 있다. 역시 ‘창작의 자유’를 들먹이는 이들도 있다. 창작의 자유는 분명 지켜져야 할 중요한 가치이지만, 언제부턴가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 소수를 앞장서 혐오하고 즐겨 조롱하는 이들이 ‘창작의 자유’를 입에 달고 다니기에, 욕설에 가까워진 이 말을 가능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진짜 창작의 자유가 침해받으면 무슨 말로 항변할지 그저 막막하다.

‘설강화’에 가장 불만스런 점은, 이토록 의도가 뻔히 드러나도록 마음대로 만든 드라마가 내가 좋아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걸그룹으로 꼽히는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첫 주연 작이란 거다. 남자 주인공은 넷플릭스 드라마 ‘DP’로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정해인이다. 역사왜곡이 어쨌든 간에, K드라마에 푹 빠진 세계인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일찍이 스파이더맨이 했던 이 말을 몇 번이고 곱씹어야 할 것 같다. 진짜 이럴 거면 K-드라마 망해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