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가을을 작은 연극으로 물들일 소극장페스티벌이 열린다.

극단 벅수골의 ‘퓨전 사랑 소리나다’ 공연모습.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제공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는 오는 5~21일 소극장6번출구, 열린아트홀, 나다소극장, 하늘바람소극장, 용천지랄소극장, 레몬트리소극장, 공간소극장, 액터스소극장에서 제9회 부산가을소극장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개막식은 5일 소극장6번출구에서 열리며 폐막식은 21일 액터스소극장에서 치러진다. 8개의 소극장이 릴레이로 공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역교류초청공연과 지난 6월 여름창작낭독무대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의 정식 공연 무대도 더해진다. 오는 13, 14일 무대에 오르는 초청공연 ‘퓨전 사랑 소리나다’(작가 정세혁, 연출 정창석)를 극단 벅수골이 공연한다. 고독한 한 남자가 사랑을 느낀 순간 그에게서는 심장과 감성의 소리가 나고, 그의 구애를 받은 그녀에게서도 사랑의 소리가 난다. 소극장 창작희곡공연은 9~11일 극단 아이컨텍이 ‘몽키트랩’(재창작·연출 박용희)을 내놓는다. 원작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으로 젊은 영국인 부부 벨라와 조지에게 낯선 이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원숭이 손을 소개한다.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오던 그들에게 고민이 생긴다.

올해의 키워드는 ‘부산’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나 작품을 모티브로 부산지역의 특성과 배경을 활용해 각색,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첫 작품은 극단 맥의 ‘내가 조선의 카르멘이다’(각색·연출 이상미)로 원작은 ‘카르멘’(프로스페르 메리메)이다. 배경을 조선의 동래로 했으며 일본의 고위 관리 오노세와 조선의 자유로운 영혼 가르마의 사랑으로 원작을 바꿨다. 이어 7~9일 드렁큰씨어터가 제작한 ‘담’(재구성·연출 윤준기)은 아돌 후가드의 원작을 모티브로 삼았다. 1938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감방에 갇힌 죄수 1017과 914의 이야기다. 장기자랑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감형시켜준다는 말에 3년형을 받은 1017은 연극을 준비한다. 그러나 종신형을 받은 914는 생각이 다르다.

11~13일에는 해롤드 핀터의 원작 ‘생일파티’를 모티브로 한 극단 아센의 ‘Pension 누구나’(재구성 김혜숙, 연출 호민)가 무대에 오른다. 부산 송정 바닷가 변두리 펜션을 박애순이라는 여주인이 운영한다. 이 곳 2층 방에 사는 피아니스트 나태환은 애자의 지나친 보살핌을 받으며 산다. 어느 날 갑자기 황금동과 강도희라는 사람이 나타나 태환의 생일파티 후 그를 납치한다. 15~17일에는 극단 등나무가 ‘책방지기’(재구성 ·연출 양재영)를 머레이 쉬스갈의 원작 ‘타이피스트’를 바탕으로 제작해 공연한다. 한국전행 이후 남포동·광복동 일대는 피란민들과 전국에서 밀려온 지식인, 문화인으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각자 책방을 운영하는 덕배와 미숙은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픈 미숙과 변호사가 되고싶은 덕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고 두 책방지기는 책방골목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

17~19일에는 극단 어니언킹이 ‘해안도로’(각색·연출 전상배)를 선보인다. 탄크레드 도르스트의 원작 ‘위험한 커브’가 모티브다. 위험한 커브길 옆에 사는 두 남매는 교통사고 뒤 수습되는 부산물을 취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럼에도 사고 방지를 위한 탄원서를 계속 보내고 이를 받은 교통국장이 나타나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마지막 19~21일에는 부두연극단이 ‘변신(變身) 변심(變心)’(재창작 김지숙, 연출 안준영)을 선보인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모티브다. 부산의 연극현장에서 활동중인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상엽이 연극 ‘변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날 상엽은 극장 골방에서 자다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고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