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불*

　 - 서영상



상대산 관어대(觀魚臺)에 올라

목은**이 고래를 보고 읊은 시는

큰돌고래 찬가였을까

낫돌고래 찬가였을까



고래들이 떼 지어 놀면 기세가

창공을 뒤 흔드네***



먼 바다에서 뿜은 물이

산언덕까지 닿은 걸 보면

귀신고래였을까

대왕고래였던 걸까



병곡 고래불에는

화답 없는

인간 고래만이

와글와글하는데



　 시집 ‘고래불’에서

경북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모습이다. 고려 시대 목은 이색 선생이 관어대에 올라 보았던 그 풍경일 것이다. 곱고 흰 모래밭이 8킬로미터나 펼쳐져 있어 흔히들 ‘명사이십리 고래불해수욕장’이라고들 한다. 저 푸른 바다 끝에서 노는 고래를 상상해본다.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고래불*은 고려 말 대학자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1396) 선생이 경북 영덕군 병곡의 해수욕장 앞바다에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노는 모습을 보고 고래불(‘불’은 뻘의 옛말)이라 부른 데서 연유했다고 전한다. 이색 선생은 영덕군 영해읍 괴시리 호지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성리학을 바탕으로 정치사상을 전개했다. 유년 시절부터 관어대(觀魚臺), 현재의 상대산에 올라 북쪽으로 펼쳐진 모래밭을 내려다보며 시를 읊곤 했는데 그의 글을 통해 영덕 바다를 즐기는 고래들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상상한다.

　서영상 시인의 시들은 시적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라 가볍게 읽어 넘겼던 것을 ‘고래불’에 관한 깊은 의미를 깨닫고 다시 붙잡게 된 시이다. 수산과학원에서 어류생태를 연구하는 해양학자인 시인은 남다른 안목으로 목은 문집 ‘관어대소부(觀魚臺小賦)’를 접하게 된 것 같다. 시 인용구 ‘고래들이 떼 지어 놀면 기세가 창공을 뒤흔드네(長鯨群戱而勢搖大空) 구절에서 떠올리게 된 ’큰돌고래, 낫돌고래, 귀신고래, 대왕고래‘를 검색해보니 큰돌고래는 전체 길이가 1.9~3.8m 몸무게가 최대 650kg, 낫돌고래는 2.5m 몸무게 180kg이다.

　귀신고래는 12~14m정도이며 몸무게가 14~35ｔ에 이른다. 이 정도면 웬만한 무인 섬 하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을 것이다. 과연 이런 고래들이 “떼 지어 장난하면 하늘이 흔들리고”라는 표현이 지나친 과장은 아님을 공감하게 된다. 시구처럼 ’바다에서 뿜은 물이 산언덕까지 닿‘을 만도 하다.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도 고래를 사냥하는 선사 시대 유적이 있는 것을 보면 칠백여년 전 영덕에서 동해로 뻗어나간 고래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전해온 역사의 흔적이 어제와 오늘을 잇는 맥이 된다. 고래는 어디론가 떠나고 없지만 ‘고래불’에 ‘와글’대는 ‘인간 고래’들이 귀가 열려 먼 곳 고래에게 화답하는 날이 다시 오기 바란다.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