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갓털에 싸인 민들레 씨가 둥둥”으로 시작하는 그림책 ‘보름달’은 말 그대로 한 아이가 민들레 씨를 후우 하고 불고 있는 그림이 처음에 보인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장난이다. 솜사탕 같기도 하고 옅은 구름 같기도 한 민들레 씨를 갖고 장난을 안해 본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바람을 타고 둥실둥실 가던 민들레 씨는 어떤 이의 지붕 틈새에서 뿌리를 내려 노란 꽃을 피우기도 하고 돌로 된 담벼락을 제 집으로 삼기도 한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가득한 교실을 들여다 보다가 창 밖의 화분에 편안히 내려앉은 민들레 씨앗도 있다.
이처럼 민들레 씨앗은 무채색 도시에 색감을 불어넣는 작은 위로를 계속한다. 그러다 로드킬 당한 고라니의 몸 위로도 내려앉고 그곳에서 피어난 하얀 민들레꽃에서 씨가 생기고 이들은 사슴의 영혼과 함께 달로 날아간다. 그러자 짙은 회색의 달이 노란 민들레 꽃으로 가득차 온통 노란 꽃밭으로 변한다. 무채색의 도시와 검은 밤하늘을 비춰주듯 노란 달이 두둥실 뜨자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양쪽 페이지에 가득차게 만개한 민들레꽃에 순간적으로 눈이 부셔서다.그리고 이렇게 작고 연약한 민들레 씨앗이 가진 생명력과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된다. 생명이란 크기에 상관없이 감탄을 자아내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어둡고 차가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도, 깜깜한 밤하늘을 환하게 하는 것도 자연이니까 가능하다.

아주 적은 시어만 적혀 있는데도 책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작은 요정같은 민들레 씨앗이 하늘하늘 날아가는 모습도 예쁘고 도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노란 민들레 꽃을 피우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읽을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그림 속에서 자신만의 발견을 할 수도 있어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적은 시어가 더 큰 울림과 이야기를 주며 그림으로 감동을 완성하는 책이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