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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114> 백영현·백이든 부자 산문집 ‘아버지처럼 나도 내 아들에게’

한 권에 담아낸 70대 아버지와 40대 아들의 성장기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9-05 19:57:1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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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겸 비제도권 교육자 아버지
-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아들
- 자식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본 父
- 아들과 번갈아 추억 담담히 담아

가족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다. 행복한 가족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해도, 그들이 행복한 지는 한 눈에 척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버지처럼 나도 내 아들에게’라는 책을 낸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함께 산문집을 낸 백영현·백이든 부자를 울주군 웅촌면 반계마을에 있는 백영현 씨의 집 ‘물향기 머무는 곳’에서 만났다.
이 책은 동화작가이자 비제도권 교육자인 아버지 백영현, 도서관 사서로 근무 중인 아들 백이든이 함께 쓴 산문집이다.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학창시절, 군대 복무 시절, 사회인으로 한 집안의 가장이 되기 모습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이 있다. 그 시선은 ‘오직 내 자식만을 위한 무조건 사랑’이 아니다. 아이는 세상 속에 있고, 아이의 주변에는 친구가 있다. 아버지는 그 모든 것을 함께 바라보았다. 가족의 지난 시간을 찬찬히 보여주는 책을 낸 백영현, 백이든 부자를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반계마을에서 만났다.

■가족이 함께 만든 책

   
아버지처럼 나도 내 아들에게- 백영현·백이든/ 전망
백영현 작가는 1951년 밀양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사로 14년간 재직했다. 제도 밖 교육인 민들레문화원과 민들레해보기 학교 운영, 부산대평생교육원 독서지도사 강의 등을 하고 있다. 1986년 MBC 신인문예(수필부문)당선,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시사평론부문)당선, 1993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동시부문)에 당선했다. ‘해뜨는 교실’ ‘우리 아이들’ ‘창의력을 기르는 동화’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 등의 책을 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백이든은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현재 울산대학교 대학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부산 노포동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0분도 안 돼 웅촌에 도착했다. 여전히 부산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나와 있던 백영현 작가의 차를 타고 정족산 산길을 따라 올라 반계마을로 이동했다. 산길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울창한 나무그늘 아래로, 새소리를 들으며 ‘물향기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의 집에 도착했다. 민들레해보기 학교를 위해 부산을 떠나 터를 잡은 곳이다.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했다.

차가 도착하는 소리를 듣고, 백이든 씨가 달려 나왔다. 이들 부자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책에 실린 글이 낯설지 않다. 민들레문화원에서 매달 발행했던 소식지에 실린 내용들이다. 소식지에 실린 글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소식지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들도 있었다. 소식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사람들에게 날아가 씨를 뿌렸다. 읽고 쓰는 일이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을 더 풍부하게 하는 일임을 천천히, 널리 알렸다. 소식지에 실었던 글을 책으로 낸 까닭을 물었다. “아버지께 효도하는 마음으로요!”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뒤이어 아버지의 칠순 기념이었다, 아들의 마흔 기념이었다며 부자가 다투어 말했다. 그 장면은 마치 두 친구의 장난처럼 보였다. 어린 아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친구가 되었다.

책은 온 가족이 함께 만들었다. 소식지의 글을 다시 한글파일로 입력해야 했다. 아들 글은 아들이 입력했는데, 문제는 아버지였다. “저는 아직도 종이 위에 연필로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입력을 아내에게 부탁했지요.” 초등학교 교사를 퇴직한 아내 정분이 씨가 입력을 도왔다. “제발 한글 타자를 배우라는 구박(?)을 받아가면서, 부탁했지요.” 다시 입력하는 동안 정분이 씨도 지난 추억에 젖었겠다. 책 표지의 그림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며느리 김수정 씨의 솜씨이다. 산뜻한 그림에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이다. 누가 이 가족을 당해낼까 싶다.

■함께 걷는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처럼 나도 내 아들에게’는 아버지와 아들의 글이 번갈아 배치됐다. 가족 드라마처럼 잔잔하고 재미있다. 대학입학을 앞둔 아들과의 유럽 배낭여행, 아들과 또래의 아들 친구들과 함께 해온 민들레학교 이야기, 아들의 군대시절과 결혼이야기, 아들 부부와 함께한 인도여행을 있는 그대로 썼다. 낄낄 웃다가, 고개 끄덕이다가, 가슴 뭉클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다. 아쉽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언젠가 백이든 씨가 아들 딸 쌍둥이와 또 책을 내겠지!

“가끔씩 글이 싫을 때도 있었는데요.” 아들의 말에 부자가 함께 웃음이 터졌다. “원고료를 받는 재미도 있었지요.” 원고료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아들이 혼자 인도 배낭여행을 떠날 때였다. 여행일정표를 내밀었을 때 아버지는 다녀와서 책을 낸다는 약속을 받고 원고료를 먼저 주었다. 그 원고료는 여행경비가 됐다. 아들은 여행을 다녀와 A4용지 40장에 빼곡하게 글을 쓰고 10여부의 책을 한정판으로 직접 만들었다. 아버지는 그 책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글쓰기는 기록이죠. 글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솔직하게 쓰는 게 맞습니다. 쓰는 사람이 제일 잘 알지요. 남을 속이는 것인지, 꾸미는 것인지…. 책을 내려고 글을 쓴 게 아닙니다. 삶을 기록하다 보니까, 책이 된 거지요. 삶이 풍성해진 겁니다.”

책을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아들이 도서관 사서가 된 것도 아버지의 기쁨이다. “사서인 아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독서기행을 갔을 때 이런 문자를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께 배운 것, 지금 학생들에게 잘 써먹고 있습니다.’ 그 문자 받았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특별히 가르치고 배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삶을 여행하는 사람이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와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던 것이리라.

   
책의 서문 ‘나도 불안했다’에서 아버지는 이렇게 썼다. “아들과 책 읽기, 글쓰기, 여행을 하면서 나도 자랐고 그 과정을 아들과 함께 글로 썼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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