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팬데믹 속에서 개최된 2021 도쿄올림픽에서 연이은 대한민국의 메달 획득 소식에 다들 열광하고 있을 때,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 없던 나는 빌보드에서 무려 7주 연속 1위를 달성한 BTS의 ‘butter’ 소식에 집중했다. 그 옛날 ‘가요 톱 텐’에서도 5주 연속 1위를 하면 골든컵을 받고 명예롭게 순위 경쟁에서 떠났다.

빌보드 7주 연속 1위 기록은 1998년 록 밴드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 이후로 처음이니 23년 만이다. 현재까지 싱글차트 8위로 최상위권에서 버티는 중이다. (2021년 8월 28일 기준)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주변 40대 동년배 아저씨들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BTS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가다가 우리가 보이그룹 얘기를 이렇게 길게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 머쓱해지기도 했다. 허나 국민적 축제 분위기였던, 2012년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시절에 비해, 국내 매체들과 아미ARMY들을 제외한 10대, 20대들의 반응은 오히려 덤덤하게 느껴졌다.

제 각자 열심히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는 탓일 수도. 또는 이게 처음도 아니고 BTS야 뭐 툭하면 빌보드 1위 하는 그룹이니까. 하고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일까? 행여 그런 이유로 덤덤해 보이는 거라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굉장한 일이다.

어쩌면 내수 규모가 막강한 현재 대한민국 대중음악 시장의 특성상 10대, 20대 젊은이들은 빌보드를 대충 영미권 ‘뮤직뱅크’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어린 시절 공중파 방송에서 ‘팝송’으로 통칭되던 해외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와 공연 실황 영상을 소개하던 프로그램을 시간 맞춰 시청하고, 달마다 음악잡지에서 빌보드 차트를 확인했던 지금의 아저씨들과 비교하면, 10대 20대 젊은이들은 빌보드 차트 1위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옅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모르겠다.

문득,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간 장발의 캐나다 친구가 생각난다. 한국인 못지않게 조국에 대한 강력한 애국심을 소유했던 그 친구는 어느 날 나에게 레너드 코헨, 닐 영, 위켄드, 모두 캐나다 출신 뮤지션이라고 자랑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우리는 BTS 있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