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험 프로그램 4가지 준비
- 내달께 참가자 모집 10월 시작

초고령화 사회의 주요 이슈인 ‘치매’ 문제를 문화·예술의 힘으로 풀어보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부산문화재단은 2021년도 맞춤형 실버문화복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억의 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3일 창비부산에서 개최한 ‘기억의 집 프로젝트’ 설명회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기억의 집 프로젝트는 음악 연극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해 치매 어르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꾀하기 위한 사업으로, 덴마크 오르후스 소재 민속촌 ‘올드타운’에서 운영하는 동명의 전시(‘기억의 집’)에서 착안했다. 이 전시는 일반 관람객이 아닌 노년층 특히 치매나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것으로, 훈련된 전문가와 함께 1950년대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역할극 형태로 진행한다. 시대 설정에도 의미가 있는데, 노인에게 삶을 되짚어보게 하면 청소년~초기 성인기의 기억을 가장 잘 떠올린다는 ‘회고 절정’ 이론을 따랐다. 현재 노년층이 젊은 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전시 환경을 조성했다.

부산문화재단이 기획 중인 ‘부산판’ 기억의 집은 경증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은 전문 예술가 그룹을 주축으로, 노인의학 전문의와 노인전문 복지사 등 관련 업계의 의견을 들어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일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4개의 파일럿 프로그램도 공개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 ‘슬로우 고고-천천히 걷다’는 음악을 매개로 치매 어르신이 본인의 인생을 기억하고 새롭게 발견하는 문화 체험 위주로 구성했다. 아울러 치매 어르신과 가족, 일반 관객이 함께하는 상영회·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두 번째 프로그램 ‘순자씨의 북청화첩’은 해운대구 청사포에 자리한 동명의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 공간은 갤러리 인근에 살며 물질을 해온 해녀 중 경증 치매를 겪는 어르신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꾸민다.

세 번째 프로그램 ‘오늘 내일 그리고 어제’는 단절로 인식되는 치매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세대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작은 슈퍼마켓을 빌려 거점으로 삼은 뒤 ‘기억담금청’을 만들고, 나이듦을 주제로 한 전시 등을 선보인다. 마지막 네 번째 프로그램 ‘사라져 버린, 사라져 버릴…것들에 대하여’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 형태로 구상하고 있다.

프로그램별 참가자는 다음 달께 모집하고, 10월 한 달간 시범 운영에 나선다. 부산문화재단 김연진 맞춤형실버문화복지사업 담당자는 “예술가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담아 에세이도 펴낼 계획”이라며 “부산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만큼 향후 덴마크 기억의 집과 같은 전용공간 모델까지 나아갈 수 있으면 한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