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땅에 그냥 집을 지었으면 좋겠는데, 지을 수 있나요?”

부산 기장군 ‘월내 반쪽집’ 전경. 윤준환 사진가 제공

오신욱(사진) 건축가가 맡았던 부산 기장군 ‘월내 반쪽집’은 언론이 조명하고 타지에도 입소문이 났지만, 따지고 보면 까다로운데 돈도 안 되는 험난한(?) 프로젝트다. 그저 기장 해안로에 있던 기존 집 자리에 새집을 지어달라는 요청뿐 방의 개수, 부엌 위치 등 건축 의뢰인이라면 의례적으로 요구하는 어떤 조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로가 개설됐는데, 그 때문에 의뢰인의 집이 반쪽으로 잘리고 만 것.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생활 터전을 떠날 수 없었던 의뢰인은 잘린 집의 보상금으로 남은 반쪽 집터에나마 다시 보금자리를 꾸리길 바랐다.

고심하던 오 건축가는 과거 온전한 집일 때만큼 넉넉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맡았다. 반쪽처럼 보이지 않는 외관을 만들고, 내부는 기존에 쓰임이 적었던 곳을 활용해 넓은 공간감을 확보했다. 이렇게 완성된 집은 실제 규모보다 크게 보일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 또 도로에서 잘린 면을 강조하는 형태로 지어 일방적인 도시개발에 대한 소소한 저항의 의미도 잊지 않고 담아냈다. 오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로 의뢰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왔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건축을 통해 다양한 결핍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억한다.

‘자존감이 보장되는 건축이 삶을 위로한다’는 오 건축가의 신념은 최근 펴낸 ‘자존감 건축’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월내 반쪽집 사례를 포함해 부산 초량의 역사를 존중해 지은 ‘모닝듀’와 ‘비꼴로’, 옥상에 자리 잡은 오 건축가의 일터 ‘라움사옥’이 문화공간 기능을 더하며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까지 상세히 전한다. 에세이 형식이라 건축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다채로운 건축물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못생긴 땅, 부산이라는 지역의 자존감을 높이는 작업을 거치며 개인적으로도 더 존중받게 됐다는 오 건축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저자의 메시지를 곱씹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공간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