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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25> 마도로스 테마 노래의 이모저모

청춘들 유랑의 삶 동경… 광복 뒤 ‘마도로스 노래’ 쏟아져

  • 이동순 시인
  •  |   입력 : 2021-05-23 19:21:4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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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뱃사람 일제 외래어 ‘마도로스’
- 전 세계 바다 누비며 일탈의 삶
- 근현대 혼란의 시대 선망 직업

- 50~90년대 관련 곡만 50여 개
- 대다수가 사랑 주제 등 저속적
- ‘마도로스 역사’ 예술성 돋보여

마도로스는 이제 우리에게 낯선 말이 아니다. 20세기 초반 일본에서 이 말이 들어와 외래어로서 우리말 속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의 경우는 18세기 후반, 개항 이후 나가사키에 입항했던 네덜란드 선박의 뱃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 말이 전해졌다. 원래 말은 matroos인데 그 뜻은 ‘같은 배에서 침식을 같이 하는 동료’란 의미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처음엔 ‘마타로스’로 쓰이다가 차츰 ‘마도로스(マドロス)’란 발음으로 정착되었다. 이것이 한반도로 전해진 것은 일제식민통치가 시작된 직후부터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대중음악사에서 이 단어가 즐겨 쓰였다. 그 까닭은 대중가요의 중요 테마 중 하나인 떠돌이, 뜨내기 유랑 방랑 즉 어느 한 곳에 정주(定住)가 불가능한 삶을 다루는데 이 단어가 매우 적절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때로는 인생을 선박, 갈매기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떠오르는 중심어가 곧 마도로스이다. 그의 외모는 일단 멋스럽다. 금테가 둘러진 모자를 쓰고, 물결이 연상되는 푸른 줄무늬셔츠 위에 제복을 갖춰 입는다. 때로는 우아한 머플러를 착용하기도 한다. 마도로스의 입에는 상징처럼 항상 파이프가 물려져 있다. 그 때문에 그것을 마도로스파이프라 한다. 파이프 아래로는 야성미가 느껴지는 굵은 턱수염이 돋아나 있다.
답답한 현실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몽상가들에게 ‘마도로스’라는 단어는 갈망과 환상 그 자체였다. 사진은 1990년대 부산앞바다에 떠 있던 외항선. 국제신문 DB
■바다 사나이, 마도로스의 환상

답답한 현실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몽상가들에게 마도로스 상징은 하나의 갈망이나 환상 그 자체였다. 그는 언제나 세계 여러 곳을 떠도는데 정박하는 항구마다 술과 여자가 넘친다. 어차피 유랑의 삶이라 사랑에도 정처(定處)가 없다. 1950년대 이후 약 30년 동안 이 직업에 대한 동경을 가진 청년세대들이 많았다. 시인 박인환은 마도로스에 대한 선망을 품고 외국상선에 몰래 들어가 밀항을 시도하던 중 아르헨티나에서 발각되어 국내로 강제송환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공인된 우리말로는 해기사(海技師)란 용어가 있다. 선장 항해사 기관장 기관사 전자기관사 통신장 통신사 운항장 운항사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들은 선박의 운항과 경영, 및 관리를 담당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그들이 운항하는 선박으로는 외항선 군함 관공선 여객선 어선 상선 등이 있다. 마도로스는 이 해기사 중에서도 고급한 직책을 맡은 자를 가리킨다.

일본레코드회사가 서울에 지점을 오픈한 뒤로 빅타 폴리돌 태평 오케 등에서 마도로스 테마 노래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1933년부터 1942년까지 약 14편 가량의 마도로스 노래가 나왔다. ‘마도로스의 노래’(이서구 작사 김교성 작곡 강석연 노래 빅타 1933), ‘마도로스의 꿈’(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 이난영 노래 오케 1936), ‘마도로스의 노래’(왕평 작사 전촌 무 작곡 김용환 노래 폴리돌 1936), ‘정열의 마도로스’(금운탄 작사 이면상 작곡 백석정 노래 폴리돌 1936), ‘마도로스의 노래’(이부풍 작사 나소운 작곡 설도식 노래 빅타 1937), ‘마도로스 수기’(처녀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 태평 1939), ‘애상의 마도로스’(이규남 노래 1939), ‘마도로스 발길’(이서구 작사 화전 건 작곡 채규엽 노래, 태평 1940), ‘마도로스 일기’(김성집 작사, 세전의승 작곡, 이규남 노래, 빅타 1940), ‘마도로스 파이프’(현정남 노래 폴리돌 1940), ‘꿈꾸는 항구선’(처녀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 1940), ‘마도로스 박’(처녀림 작사 김교성 작곡 백년설 노래 태평 1941), ‘해양아’(김영일 작사 전기현 작곡 태성호 노래, 태평 1942) 등이 그것이다.

당시 이 노래들은 일본 엔카 중 마도로스 테마에 받은 영향이 크다고 하겠다.

■1950년대 후 급증한 마도로스 노래

영화주제가로 만든 ‘마도로스박’ 수록 앨범.
광복 이후 마도로스 테마 노래는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1950년대에 10곡 미만이던 것이 1960년대엔 갑절로 늘어나고, 1990년대까지는 무려 50곡 이상 발표된다. 마도로스 테마 노래는 하나의 전통적 양식처럼 자리를 잡게 되었고, ‘아름다운 부산’(하정수, 2014), ‘부산 유람선’(꿈빛밴드, 2017) 등에서 보듯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마도로스 테마로 만들어진 크라잉넛의 ‘바다사나이’(1994)는 그 인기가 지속되면서 한국 펑크록의 대표지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마도로스 테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경우 그 수가 한국보다 오히려 적다. ‘하츠고이 마도로스’, ‘히바리노 마도로스’, ‘샤미셍 마도로스’ 등 유명 곡을 더러 떠올릴 수 있지만 작품 수로는 한국이 월등히 많다. 이것도 하나의 기현상이라 하겠다.

숫자는 일본보다 많지만 가사의 예술성으로 평가하자면 우수한 것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부분 감각적, 찰나적, 소모적 사랑 이야기 서술로 일관하고 있으니 저속성이란 비판을 면치 못한다. 시대성과 역사성을 담보한 건강한 마도로스 테마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한 중에도 우리는 ‘마도로스 역사’(김진경 작사, 고봉산 작곡, 고봉산 노래, 1965)란 한 작품을 발견하고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린다.

녹슬은 뱃머리를 한없이 어루만지며/ 울고 섰는 늙은이는 옛날의 마도로스/ 찾아가는 항구마다 미남이라 했건만/ 날리던 그때가 어제 같건만/ 지금은 다시 못 올 옛날이야기

눈물이 흘러내려 두 뺨을 적시면서/ 울고 섰는 늙은이는 옛날의 마도로스/ 갈매기가 수평선에 아리랑을 부르며/ 바다를 누비고 다니었건만/ 지금은 다시 못 올 옛날이야기

-‘마도로스 역사’ 전문



흘러가버린 과거에 대한 회고풍의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시간과 변화에 대한 교훈 및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정한 기호와 지시가 담겨져 있다.

최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한국해운협회 회장 등 6개 단체 대표자와 함께 ‘선원박물관’ 및 마도로스 거리 조성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산 북항재개발사업지 내에 선원박물관을 건립하고 박물관 앞거리에서 중앙동을 연결하는 ‘마도로스 거리’를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하니 자못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그에 거는 기대도 크다. 앞으로 만들어질 ‘마도로스 거리’에는 현재 영도구 태종대공원에 있는 ‘해기사 명예의 전당’을 이전해서 마도로스와 관련된 기념조형물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평생을 해운업에 종사해온 관계자들에게 몹시 반가운 위로와 격려의 소식이라 하겠다.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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