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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세기의 배우 커플’ 시뇨레-몽탕의 필름들

시대 풍미한 부부 탄생 100주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특별전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21-05-23 19:41:4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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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대기 방’ 등 대표작 20편 소개

“마릴린 먼로가 내 남편과 사랑에 빠져있다면 그건 그녀의 취향이 좋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도 내 남편(이브 몽탕)과 사랑에 빠졌다.”-시몬 시뇨레.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늙어가는 그녀(시몬 시뇨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노쇠는 나를 감동시켰다.”-이브 몽탕.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도 세기의 커플로 남은 두 배우의 말이다. 몽탕은 에디트 피아프·마릴린 먼로·셜리 맥클레인·카트린 드뇌브·이자벨 아자니 등 여배우와 염문을 만들었지만, 결국 시뇨레의 지성과 기품 애정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1985년 시뇨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5년간 반려자로 남는다. 영화사에서 해로한 세기의 커플은 드물다.
밤의 문(1946)
지난 21일 부부의 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게 아쉬운 커플이라면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의 ‘이브 몽탕, 시몬 시뇨레 탄생 100주년 특별전’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시뇨레와 몽탕이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거장 감독과 만든 대표·후기작 등 20편을 소개하는데, 영화 속 시뇨레의 모습에서 우아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윤무(1950)
시뇨레는 1942년 ‘볼레로’로 데뷔한 이후 막스 오퓔스 감독의 ‘윤무(1950)’로 주목받았다. 이후 ‘황금투구(1952)’, ‘테레즈 라캥(1953)’, ‘디아볼릭(1955)’ 등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 대표 여배우로 자리했다. 평단은 ‘시뇨레는 악녀를 연기해도 고상함과 기품이 흐른다’고 평가했다. ‘윤무’와 ‘황금투구’에서 매춘부 역을 맡았는데, 두 작품 모두 관능적이고 고혹적인 시뇨레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그는 또 ‘꼭대기 방(1959)’에서 남편의 외도로 비극적인 삶을 살다 파국을 맞는 여인 역을 맡아 프랑스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다.

꼭대기 방(1959)
우아한 시뇨레가 사랑한 몽탕의 매력은 기품 있는 외모와 감미로운 목소리에서 나왔다. 그는 18세에 가수로 데뷔한 뒤 파리에서 에디트 피아프를 만나 톱스타가 됐다. 1946년 첫 주연작 ‘밤의 문’에 출연해 부른 주제가 ‘고엽’은 오늘날에도 팬의 사랑을 받는다. 몽탕은 영화에서 주로 고뇌에 찬 노동자, 갱, 심리적 이상 증세와 혼돈을 겪는 주인공 등을 연기했다. 피로와 고뇌에 지친 혁명가(전쟁은 끝났다), 공정 선거를 요구하다 우익단체에 의해 암살당하는 정치인(제트) 등의 정치 지도자도 그의 단골 역할 중 하나였다. 그는 후기작인 ‘마농의 샘’ 시리즈에서 고뇌에 찬 포도 농장주 역할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알린다. 몽탕은 흐루쇼프, 살바도르 아옌데, 바츨라프 하벨 등 20세기 정치사의 거물들과 인연을 맺으며 1980년대에는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시네마테크 관계자는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과 교양 있는 중산층의 딸이 부부가 돼 거대한 세계 앞에서 번민하면서도 사랑을 지켜 냈다. 유례 없는 커플의 삶을 떠올리며 영화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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