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이란 말 보다는 폐경이라는 말이 익숙한 이가 훨씬 많을 것이다. 매체에서 폐경이나 폐경기 여성을 이미지화 할 때 시든 꽃, 말라서 떨어진 과일 등에 비유하곤 했다. 더 이상은 쓸모가 없어진 듯한 존재로 취급 받았다. 요즘은 폐경 대신에 월경이 완료됐다는 의미로 완경이라는 용어가 쓰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덜 일반적이다.

저자는 책과 텔레비전 유튜브 sns 등에서 완경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주목한다. 초경 임신 출산에 대해서는 끝없이 언급하고 한 목소리로 찬사와 경탄을 쏟아낸다. 그렇지만 완경에 대해서는 극심한 감정 기복에 시달리며 우스꽝스럽게 땀을 뻘뻘 흘리며 부산을 떠는 여자 정도로만 언급한다.

닫히고 막히고 끝장 났다는 의미를 내포한 폐경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더는 언급하기도 싫다는 듯, 혹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는 듯한 태도다.

저자는 완경을 여성의 인생에서 전기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생식의 지난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제대로 탐구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호르몬 요법으로 병을 치료하듯 하지 말고 생물의 생애 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시각에 따라 여성의 신체와 경험을 재단하는 대신, 완경을 폐경이라고 낙인찍은 가부장제 사회가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호르몬 요법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여성의 생식 가능시기만을 중요하게 강조하는 그 방향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완경기에 힘들어하던 어머니를 마침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이 그와 비슷한 나이가 되니 왜 어머니가 그토록 분노하고 우울해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나의 생식력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 확장되어 간다. 나는 읽기 쓰기 봉사하기 가르치기, 시위하기, 돌보기 그리고 사랑하기를 통해 우리 삶에 필요한 양분을 사냥하기를 멈추지 않으리라. 그리고 훌륭한 모계 가장이 그렇듯, 내가 찾은 결실을 모두에게 나눠 주겠다”. 모든 여성이 겪게 되는 완경에 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