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주. 1989년생. 최근 KBS 주말 드라마 ‘오! 삼광빌라’에서 첫째 딸 이빛채운 역할로 시청자에게 확실히 어필한 이 여성 배우는 이름만으로는 생소할 수 있는, 데뷔 7년 차 연기자다. 주말 드라마에서 큰딸 역할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엄마의 바다’ 고현정,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양정아가 그랬듯 한국 가족 드라마에서 장녀 프레임은 희생과 수난의 역사를 대변하는 파란만장의 상징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밝고 꿋꿋하게 인생을 헤쳐나가는 캔디형 큰딸들은 결국, 굴레를 벗고 행복을 찾게 되니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부각된다. 진기주라는 배우가 삶의 무게에 치이면서도 생글생글 미소와 밝은 에너지로 유독 눈에 띈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진기주를 눈여겨보게 된 것은 2018년 JTBC 드라마 ‘미스티’ 때였다. 주인공 김남주의 자리를 노리는 후배 아나운서로, 꽤 못된 악역이었다.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인 역할을 맡았는데, 그 배경에는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있었다. 같은 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김태리의 절친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것으로 기억한다. 본인 말대로 연기를 배우거나 전공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연기라는 도화지에 마음껏 자신만의 색채를 입힐 수 있었다. 진기주는 얼마 전 유재석이 진행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이직의 기술: 프로이직러’로 출연했다. 진기주는 삼성이란 대기업 직원에서 출발해 기자, 슈퍼모델을 거쳐 연기자로 안착했다. 방송에서 자신의 선택을 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은 점이 인상 깊었다.

돌고 돌아 찾은 배우라는 직업이 이제 딱 맞느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그는 답했다. “그동안 거쳐온 직업들에 비해 아주 불안정하고 자존감도 깎이고 상처도 가장 많이 받고 그렇긴 한데요, 흥미로워서 좋아요.” 나 또한 문화콘텐츠 전공 학생에게 자신을 둘러싼 것에 대해 흥미로워하는 일,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발동하는 일의 중요함을 말하곤 한다. 인생을 흥미로워하는 것 그리고 가장 솔직한 내면 목소리를 마주하는 것.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말처럼.

진기주, 이 배우의 밝은 에너지를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