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로 뽑힌 시민작가들 집필
- 일제강점기부터 피란시절까지
- 애환과 질곡의 근현대사 기록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부산의 사라져가는 마을을 다룬 책이 나왔다. 해방 공간의 귀환 동포들이 일본인 공동묘지에 터전을 잡은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일본군 비행기 격납고에 집을 들여 앉힌 ‘대저동 격납고집 마을’, 일제 강점기 때 소 검역소의 외양간을 집 삼아 살아온 ‘우암동 소막마을’과 한국전쟁기 곳곳에 지어진 피난민의 ‘산복도로 마을’ 등 부산 각 마을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지역 필자 13명의 취재를 거쳐 소개됐다.

소 외양간을 집 삼은 '소막마을'

부산문화재단은 사람 기술 문화 총서 시리즈의 7번째 판인 ‘부산의 마을(사진)’을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재단은 2015년부터 부산의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부산다움에 대한 가치를 발굴하고 문화로 소통하기 위해 총서 시리즈를 발간했다. 출간 프로젝트에는 지역의 다양한 전문가와 출판사가 협업으로 참여했으며, 올해는 공모를 통해 뽑힌 시민 작가가 필자로 참여했다.

책을 보면 정착지인 부산의 이주 정착 마을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을 가족의 보금자리로 만들어 살아야만 했던 당시의 거처를 재조명하고, 고단한 삶의 역정을 들여다 보고자 했다. 다만 일부 필자의 글은 다소 딱딱한 문체와 글 전개가 아쉽다.

그래도 우암동 소막마을을 소개한 배길남 소설가의 인터뷰 글은 지역 주민의 사투리를 살려 읽는 맛이 난다. “말도 마소. 소가 있던 덴 줄은 알고 있었지. 좀 크다 싶은 데는 사람들이 다 들어가 살았고, 작은 데는 내나 소도 키우고 돼지도 기르고 안 그랬나?” “사람은 많고, 집은 하도 좁아 쌓고 그라이까…. ”

日 공동묘지에 터전 '비석문화마을'

“지금은 복개된 도심의 물길은 옛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새겨 도시의 속살을 채웠는지도 모른다. 매축지의 삶은 그렇게 흘러왔고 그 삶 속에 오늘 우리가 살아간다” “모든 것을 동일화해 버리는 탐욕적인 자본의 시각 아래서 꽃마을의 잠재성을 놓치고 오직 관광 상품으로서의 꽃마을만 직시한다면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고, 물의 기원을 다시 살리는 꽃마을의 작업은 시작될 수 없다”처럼 과거와 오늘날을 반추하는 글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日 비행기 격납고 안 '격납고집 마을'

이밖에 군사시설을 비롯해 41년간 일본군이 주둔했던 터가 남아 있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장소가 되는 가덕도 국수봉, 신발 산업 쇠락과 함께 노동자의 발길이 뜸해진 당감동, 전쟁으로 고향에서 밀려온 뒤 개발에 내쳐져 시장에 터를 잡은 민락골목시장 오뚝이 상인 등 사라지는 마을 속에는 정겹고 서글픈 사람 이야기가 가득하다. 재단 관계자는 “최대한 필자의 취재 사실에 입각해 자료를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사라지는 부산의 역사와 사람 이야기가 아쉬운 이라면 읽기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