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람은 말도 성질도 급하고 거칠고 억세다. 누군가 부산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어느 부분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만 ‘부산사람을 저 문장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데 함부로 말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쉽지 않은 일을 부산 사람이 ‘우리는 이런 기질을 갖고 있다’고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책을 읽다 부산사람의 말에 대한 에피소드가 생각나 무릎을 쳤다. 소설가 김영하는 한 TV프로그램에서 부산에서 겪은 일을 얘기했다. 그의 강연회 마지막에 한 참가자가 손을 들고 “이런 거 또 언제합니까?”하고 물었단다. 김영하는 “이 말은 굉장한 칭찬이다. 풀이하자면 오늘 정말 뜻 깊고 좋은 자리였다. 언제쯤 다시 열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하다는 말”이라고 하자 다른 패널들이 손뼉을 치며 그런 좋은 뜻이었느냐며 웃었다. ‘부산사람 말의 속 뜻을 다른 지역사람이 알아차리기가 쉽지가 않구나’ 생각했다.

저자 김형균(전 부산학연구센터장) 박사는 ‘부산정신 부산기질’이라는 책에서 부산사람의 말이 왜 투박하고 거칠게 들리는가를 풀어내고 있다. “상황을 압축하여 짧게 말하는 방식이다 보니, 관계 형성을 위한 표현이나 겉치레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본론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방식 등은 부산말이 직설적이고 무례해 보이게까지 한다.” 위의 에피소드와 딱 들어 맞는다.

저자는 부산사람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관대한 편이고 상업도시로서의 특성을 가지지만, 그만큼 서로간의 신뢰가 없으면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웠기에 의리와 도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질이 발달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부산사람의 기질 중 저항정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밝힌다. 김 박사는 “조선시대에 부산에 대한 이미지는 왜구가 수시로 침입하는 위험한 곳으로,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부산은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 쓰고 있다”며 소외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왜구의 끝없는 침탈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부산사람들은 결국 스스로를 지키고 싸워서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야 했다. 저자는 인조반정 이후 부산에서 과거급제자가 없었다며 부산은 반역향으로 찍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부산 사람의 정신을 의리와 저항으로 보고 이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방식인 기질을 한솥밥형 집합성과 바닷가형 투박성, 고맥락형 무뚝뚝함으로 정리했다. 고난을 이겨내려면 너나 구분없이 우리 같이 밀고나가야 할 때가 많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남과 다르지 않게 ‘우리’는 ‘같이’라는 합일주의를 키워온 것이다. 여기에 바닷가라는 특성상 파도가 몰아치는 배 위에서 의사소통을 하려면 짧고 강하고 빠르게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그러니 감정을 보듬고 예의를 차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내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당당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며 “이런 부산사람의 기질을 잘 살려 고 최해군 선생의 화통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