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40여 점 13일부터 선봬

부산·경남지역 근대 작가 30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이 마련됐다.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지역 예술가들의 심상과 정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풍광을 작품으로나마 살펴볼 기회다.

부산·경남 근대 화가 30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이 수영구 미광화랑에서 내달까지 열린다. 오영재 작가의 ‘영도’. 미광화랑 제공

부산 수영구에 자리한 미광화랑은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근대미술전 ‘꽃 피는 부산항’을 열고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2009년 시작한 미광화랑의 근대미술전은 올해로 8회째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경남지역 1, 2세대 화가 30명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 최초 서양화 미술 동인 ‘토벽회’ 출신 작가(김경 서성찬 김종식 김윤민 임호)들도 포함됐다. 6·25 전쟁 중 1953년 조직된 토벽회는 그 명칭이 ‘토박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53년 3월 ‘제1회 토벽동인전’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전시회를 여는 등 지역 미술계에 남긴 영향이 크다.

갤러리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는 사료적 가치가 높은 그림,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작이 다수 포함됐다. 부산 근대미술사에서 최초의 추상작가로 평가받는 오영재 작가의 ‘영도’(1961)가 대표적이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인물·정물 작업을 주로 했던 오 작가는 1950년대 후반 부산 영도에 정착하며 추상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 또한 추상 사유가 엿보이는데, 오 작가의 주요작으로 꼽히는 색면추상 ‘파라다이스’ 연작에 앞선 과도기적 그림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의주 작가의 ‘부산항’. 미광화랑 제공

초창기 부산 화단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우신출 작가의 농가풍경’(1948)도 나온다. 부산 근교(낙동강 인근 마을로 추정)를 그린 작품으로, 당시 주민들의 생활 정경을 담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도 소장품이 몇 점 없다는 서성찬 작가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소녀상’은 서 작가의 딸이 모델이 된 그림으로, 그동안은 유족이 보관해왔다. 갤러리 측은 국내 미술사에서도 드물게 초현실적 작업에 몰두했던 김윤민 작가의 ‘약수터 풍경’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김 작가가 생전 구덕산 약수터를 오르며 구상했던 그림 두 점 중 한 점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이중섭 화백의 사진으로 유명한 허종배 사진작가의 ‘무제’, 송도에서 본 부산 남항을 그린 이의주 작가의 ‘부산항’(1992)도 눈여겨볼 작품으로 꼽힌다.

지나간 시대의 작품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 지역의 기대도 크다. 옥영식 미술평론가는 “부산 근대 작가들의 작품전을 8회째 해온다는 건 근대 미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재평가하고, 새로 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