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 김종해


　지금도 꿈을 꾸면

　충무동 시장 안에는 우물이 있고

　우물가는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두레박을 던져 물을 길어올리면

　두 개의 물통에 물이 넘치고

　나는 아직도 키 작은 중학교 2학년

　땅바닥에 물통이 닿을 듯 말 듯

　물지게를 지고

　어머니의 드럼통에 쏟아붓는다

　양은솥에는 끓어오르는 멸치국물

　대나무 소쿠리엔 국수 면발들이

　허연 입김을 뿜어댄다

　서러운 잔치가 끝났음에도

　어머니는 잔치국수 다발을 다시 말아올린다

　지금도 꿈을 꾸면

　충무동 시장은 아직도 잔치판 속에 있다





　 시집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에서

	국수 한 그릇.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1950년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부산 서구는 한국전쟁 시기 약1000일 동안 대한민국 정치·행정 중심지였고 ‘대한민국 임시수도’였다.

　서울에 있던 정부기관 등이 부산으로 옮겨오고 임시정부가 위치한 서구는 부산의 요지가 되었다. 충무동의 유래를 보면 일제강점기 부산 앞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곳으로 소화정昭和町으로 불리었다. 해방 이후 1947년 7월 일제식 동명을 고칠 때 부산포해전(1592년 9월 임진왜란 당시)의 승리를 기념하는 비석을 세우고, 충무공 이순신을 기려 지은 지명이라 전한다.

　충무동교차로는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여러 노선이 지나며 서구청이 여기 있으며 농수산물 집결지인 해안시장, 새벽시장, 골목시장 등 3개 재래시장이 있다. 그래서 이곳은 충무동은 주민의 76%가 상업에 종사하는 고장이기도 하다.(‘부산광역시 서구신문’ 2012년 10월)

　‘잔치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국수 면발을 멸치로 맛국물을 낸 육수에 말아서 만든 음식이다. 장수와 인연, 자손의 번영과 희망을 상징하는 국수는 전쟁 때 피란민의 대체식품으로 실향민의 마음과 이산의 슬픔과 허기를 달래준 식품이었다.

　그래서 국수는 많은 애환과 사연을 담은 식품이기도 하다. 이 시의 ‘우물이 있’는 ‘충무동 시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까마득한 옛일이다. 시인은 그 옛일 ‘서러운’ 날들 속 어머니를 추억으로 만들어 기억의 ‘소쿠리’에 소담히 담아낸다. 시장통에서 국수를 파는 어머니를 돕느라 ‘땅바닥에 물통이 닿을 듯 말 듯’ 찰랑거리는 ‘두 개의 물통’을 매단 ‘물지게를 지고’ 힘겹게 가고 있는 ‘키 작은’ 소년이 된 시인이 애잔하다.

　어머니는 ‘서러운 잔치가 끝났음에도, 잔치국수 다발을 다시 말아올’릴 만큼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런 어머니에게 아들이 ‘쏟아붓는’ 찰랑거리는 물이 있었기에 ‘어머니 드럼통’은 든든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그때의 향수에 젖기도 한다. 그 그리움 너머에 ‘어머니의 드럼통’과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한 아들의 물통이 물지게처럼 대칭을 이루며 헤쳐왔기에, 어머니의 ‘잔치국수’ 손맛이 더욱 그립지 않을까.김곳 시인

	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