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 택시·배양육 치킨 등
- 파괴적 혁신이 산업구조 바꿔
- 새로운 비즈니스 선점 못할 땐
- 변화 뒤처진 계층·기술로 도태

우버의 최고 제품책임자 제프 홀든은 “2030년에는 미국 댈러스와 LA에서 항공 승차 공유 서비스를 가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늘을 나는 차를 상용화 해 지표면의 자가용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 형태는 공유경제가 될 것이고,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정체 없는 이동 서비스를 향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플라잉카가 시험비행에 속속 성공했고, 우버는 비행자동차들을 통제할 교통관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 및 미국연방항공청과 협약을 맺었다.

올해 상용화가 목표인 슬로바키아 업체 클라인 비전의 플라잉카. 하늘을 나는 차는 이제 미래적 상상이 아니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뇌에 전극을 심은 돼지를 공개해 뇌와 컴퓨터 연결기술을 시연했다. 치매, 파킨슨병의 혁명적 치료법이 되리라 기대하는 이 기술은 사람의 생각을 읽고 뇌파로 소통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구글 산하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 300대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 KFC는 실험실 배양육으로 만든 치킨 너겟 생산을 앞두고 있고, 아마존은 창고에서 제품을 찾는 로봇 25대를 현장에 투입해 사람 300명의 일자리를 대체해 버렸다. 덕후들의 돈놀이 게임이라고 생각한 가상화폐(블록체인 기술)의 위력은 요즘 우리가 보고있는 그대로다.

20세기에 ‘블레이드 러너’ ‘제5원소’ 같은 영화를 통해 그려보던 미래 기술의 구현은 생각보다 오래 지체됐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때쯤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상상의 영역에 머문 기술들이 불과 20년의 짧은 기간 안에 현실이 된 배경에 바로 ‘기술 융합(컨버전스·convergence)’이 있다.

미래학자이자 실리콘 밸리의 혁신기업가인 피터 디아만디스는 이 책 ‘컨버전스 2030’에서 앞으로 10년 간 기술 융합의 거대한 물결이 산업은 물론 우리의 작은 일상에도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는 기술이 융합해 ‘파괴적 혁신’이 일어났을 때 그 변화에 잘 적응하고, 나아가 그 속에서 부의 기회를 발견하는 ‘퍼스트 무버’만이 기술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거라고 말한다. 바꿔 말해 그렇지 못한 계층·기술·산업은 위키사전에 대체된 백과사전처럼 소멸의 궤도에 오른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 융합이 현재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이로 인해 어떤 비즈니스가 생기고 사라질지, 과연 어떤 기업이 세계의 부를 거머쥐게 될 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린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9가지 주요 기술에 관해 탐구하고 이 기술이 만들어낼 충격의 규모를 예측한다. 2부에서는 우리 삶과 연관된 8개 핵심 산업에 초점을 맞춰 융합기술이 가져올 미래 모습을 전망하고 3부에서는 이런 기술발전이 환경, 경제, 그리고 인류에게 가할 위협을 내다본다.

양자 컴퓨팅, 가상·증강현실, 3D 프린터, 블록체인….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아는 이 기술들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됐을 때, 나아가 이 기술들이 서로 융합될 때 펼쳐지는 세상을 알게 됐을 때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될 수 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