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발적인 사진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어낸 ‘문제적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탐미적이며, 욕망을 가감 없이 반영한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그의 회고전을 열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로버트 메이플소프 ‘Orchid’ 국제갤러리 부산점 제공

국제갤러리 부산점은 다음 달 28일까지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 More Life’를 열고 작품 31점을 소개한다.

미국 뉴욕 출신인 메이플소프는 사진작가로 유명하지만, 대학(프랫인스티튜트)에서는 회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당대 금기처럼 여겨졌던 흑인 남성 누드와 사도마조히즘, 게이 서브컬처 등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이 투영된 사진 연작들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함께 정교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초상과 누드 꽃 사진으로도 주목받았다. 이처럼 탐미적인 정물과 초상, 섹슈얼리티 실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정교한 사진적 양식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9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2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사후 미국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을 포함한 세계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그의 회고전을 열었다.

이번에 국제갤러리 부산점이 마련한 전시는 젤라틴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 컬러사진 등 다양한 사진적 물성의 양식적 실험을 보여주는 초상 정물 풍경 사진 위주로 구성했다. 메이플소프의 작품 중에서 인기가 많은 ‘꽃 시리즈’도 여러 점 살펴볼 수 있다. 작품 속 꽃은 주로 사람의 몸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는데, 예를 들어 극도로 클로즈업한 꽃은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암시한다. 물론 이러한 해석과 별개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철저하게 연출된 피사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 부산점뿐만 아니라 서울점 K2에서도 동시에 개최한다. 서울점에서는 죽음과 섹슈얼리티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970년대 후반 포르노그래피와 외설성, 에로티시즘과 예술성의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메이플소프의 문제작들과 이를 확장·재해석한 1980년대 흑인 남성 누드 등 핵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