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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10> 객관성의 칼날- 찰스 길리스피(1918~2015)

과학은 惡을 동반한다, 그 위험을 쳐내는 칼날 또한 과학 발전이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1-07 19:49:5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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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철학적 관점서 과학사 조명
- “지식보다 더 위험한 게 무지”
- 객관성 담보한 서술로 큰 사랑

- 갈릴레오부터 아인슈타인까지
-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 거론
- 그중 최다 등장 인물은 뉴턴

- 의사 수련 적응 못 한 찰스 다윈
- 5년 항해가 ‘종의 기원’ 씨앗

- 과학혁명, 개인 힘으론 역부족
- 정치·종교 등 외풍 무시 못 해

“포도주는 빛과 습기로 빚어진다.” 이탈리아 천재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 말이다. 갈릴레이는 과학과 인문을 섭렵한 대가였다. 그는 어려운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재능을 가졌다. ‘객관성의 칼날(사진·The Edge of Objectivity, 1960년)’을 저술한 길리스피도 그 영역에 들었다.
   
서양 과학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종교 재판. 1616년 갈릴레이(오른쪽)가 로마 교황청 추기경위원회에서 심문당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반티 작(1857년).
‘객관성의 칼날’은 인류 과학이 걸어온 길을 역사와 철학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예를 들자면 아이작 뉴턴(1642~1727)이 가진 은밀한 인성뿐만 아니라 그 유명한 만유인력 법칙이 과학사에서 갖는 의미도 들려준다. 만유인력! 지구는 물론 우주 어디에서나 항상 작용하는 절대 힘. 뉴턴이 우주 비밀을 알아냈다. 어떻게? 저자는 우아한 문장으로 궁금증을 풀어준다. 과학자가 겪는 고충을 위로하면서도 못난 점은 날카롭게 비평했다. 지금 코로나19 백신에 세계 시선이 집중됐다. 과학은 인류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칼날. 당대 사회와 시대 환경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과학이 가진 민낯을 이 고전은 보여준다. 토머스 쿤(1922~1996) ‘과학혁명의 구조’와 함께 서양 과학 역사서이자 철학서로 쌍봉을 이룬다.

서문에서 저자는 과학관을 밝힌다. “과학은 인류가 이룬 위업이며, 인류 문화를 보존하는 성패는 과학이 이룬 성장과 결실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달렸고, …비록 과학 지식이 위험할지라도 무지는 더욱 위험하며(지난해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질산암모늄 폭발 참사가 그렇다), 과학에 수반된 악을 줄이는 과정은 과학 후퇴나 퇴보가 아니라 더 잘 이끌어 가야 한다는 요구이다.”

과학은 유럽 문명만이 낳은 창조물이라고 단언하는 대목에선 저자가 가진 오리엔탈리즘 그림자가 어른거려 불편하긴 하지만, 서양 근대 과학 역사를 ‘객관성’이란 칼로 조각해내는 솜씨는 야무지다. 객관성은 과학에 따라붙는 불신 오해 과욕 오도 미신 독단 같은 ‘악’을 쳐내는 칼날이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출발한 과학이 보인 자연성 주관성과 대비를 이룬다.

   
케임브리지 대학 식물원에 자리 잡은 ‘뉴턴 사과나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과학자는 갈릴레오, 마지막 장을 닫는 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운동역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 유전공학 상대성이론을 다룬 논문 일부와 관련 서적 정보는 과학 전공자 눈을 반짝이게 한다. 그레고어 멘델, 다니엘 베르누이, 더니 디드로, 라마르크, 라부아지에, 라이프니츠, 라자르 카르노, 라플라스, 로렌츠, 로버트 보일, 로버트 오펜하이머, 르네 데카르트, 마이어, 마이클 패러데이, 아라고, 아리스토텔레스, 아이작 뉴턴, 앙리 푸앵카레, 요하네스 케플러, 윌리엄 하비, 유클리드, 장 자크 루소, 제임스 클록 맥스웰, 조지프 프리스틀리, 존 돌턴, 존 로크, 찰스 다윈, 칼 폰 린네, 코페르니쿠스,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프랜시스 베이컨, 파두아, 플라톤, 하인리히 헤르츠, 헬름홀츠….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과학자다. 이 중 뉴턴·갈릴레이·다윈, 빅3가 월등하게 인용된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방증. 라마르크 라부아지에 보일 아인슈타인 케플러 맥스웰 코페르니쿠스 하위헌스 헬름홀츠는 저명도 2위군. 뉴턴·갈릴레이·다윈 중 저명도 1위인 과학자는? 저자는 뉴턴을 택했다.

저자를 매료시킨 또 다른 과학자. ‘당당한 연극적 감각’을 지닌 데다 인기도 높다. ‘종교 재판’ ‘피사 사탑’을 떠올리게 한다. 갈릴레이다. 이 분 스승은 고대 그리스 자연과학자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기원전 212). 그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 못 한 기하학과 물리학 결합을 창안했다. 지렛대 원리로 지구를 들어 올리겠다는 호언장담은 그런 신사고에서 나왔다. 1700여 년 후 1604년 갈릴레이는 ‘낙체 운동’ 법칙을 주창해 정역학(靜力學)에서 동역학으로 전환을 예고했다. 갈릴레이 ‘새로운 두 과학’(1638년)은 자유낙하 운동론 완결판. 여기서 갈릴레이가 가진 천재성, 그가 일으킨 과학혁명 불꽃을 본다. 그는 그때까지 과학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갔던 ‘시간’을 순수한 물리현상을 나타내는 매개변수로 취급했다. 근대 과학 지성 역사가 시작됐다. 갈릴레이는 프톨레마이오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진 지구 중심주의를 반박하는 지동설을 내세워 전통 과학관을 일대 혁신한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가진 허점(예컨대 천체 운동을 원주상에서만 설명)을 보완했다. 이전 과학사는 원에 사로잡혔다. 천체는 완벽한 도형인 원에서만 맴돌았다. 케플러(1571~1630)가 등장해 행성 (타원) 운동 법칙을 발표하기까지. 후일 뉴턴이 케플러 행성 운행 법칙을 수식으로 증명했다.

   
영국 태생 화학자 물리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는 주경야독하느라 고등 수학을 제대로 못 배웠다. 수학 계산 도사인 케플러로선 이런 패러데이가 찬란한 업적(벤젠 발견, 전자기 유도, 전기분해, 패러데이효과 발표)을 이룬 게 믿기지 않았으리라. 비결은 디테일과 성실. 패러데이는 모든 논문 속 단락에 번호를 매기는 둘도 없는 ‘질서정연한’ 과학자였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기록했다. 대장장이 아들을 걸출한 과학자로 이끈 건 책 한 권. 뛰어난 대중 과학 강연자였던 마세트 부인이 쓴 ‘화학에 관한 대화’를 읽은 소년은 희망을 봤다. 이렇게 과학과 대중 간 소통은 중요하다.

패러데이는 인복이 많았다. 뛰어난 수학 능력자 제임스 클록 맥스웰(1831~1879)이 패러데이 수호천사였다. 그는 1856년 ‘패러데이의 역선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패러데이 이론을 제삼자가 수학으로 증명해줬다. 수학이 과학과 아름답게 만났다.

유복한 과학자 하면 찰스 다윈(1809~1882). 다윈과 ‘비글호’, 그리스신화 속 이아손-아르고호 얘기는 닮았다. 명문 집안 자손 다윈은 1859년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즉 생존 투쟁에 있어서 적자생존’을 발표해 인류 과학사에 ‘폭탄’을 터뜨렸다. 저자 길리스피는 이 논문을 두고 “이것은 유명한 제목이다. 사람들은 숨죽이며 읽어 내려간다. 그런데 읽는 사람에게 이처럼 은연중에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고전’이 이것 말고 또 있을까?”라며 감탄한다. “이같이 겸허한 외관을 쓰고 세상에 나타난 기초 과학이론이 또 있을까. 이 책 표현은 대단히 평범해 마치 자조(自助)에 관한 전도사 설교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작 다윈은 이 자연선택설을 ‘동물·식물계 전체에 적용한 맬서스 학설’이라고 겸손해한다. 갈릴레이가 물리학에서 새 장을 개척했듯 자신은 자연 과학 부문에서 ‘혁명’을 이룬 대가인데도 뽐내지 않았다.

다윈은 만년에 쓴 자서전에서 자기에겐 명민한 이해력은 없고 단지 ‘인내·정확성·몰두’라는 덕성이 남았다고 술회했다. 자신을 낮추는 말이지만 뒤집어 보면 과학자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춘 게 증명된다. 다윈은 1831년 케임브리지대 지질학 교수 애덤 세지위크(1785~1873) 지휘 아래 벌어진 지층 분석에 참여해 지구 역사를 공부하는 행운을 얻는다. 이전 다윈 행로는 순탄치 않았다. 가업을 잇고자 의사 수련을 시작했으나 도저히 적응하지 못한 후 자연 관찰 쪽으로 관심을 돌린 뒤 일어난 일이다. 1832년 시작된 비글호 항해는 다윈 인생에서 일대 혁신을 예고했으나 당시 본인은 못 깨달았다. 5년간 항해하면서 다윈은 보고 듣고 수집하고 기록했다. ‘종의 기원’이 싹을 틔워 올리는 줄 몰랐을 터이다.

   
이 고전은 위대한 과학혁명이 오롯이 과학자 개인 힘만으로 일어나지 않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정치 종교 인습 제도 같은 외풍에 따라 과학은 정체되거나 변형되기도 한다. 과학이 올바르게 이해돼야 세상이 바로 선다.

서평가·세상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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