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태·이광기·정유미 등 6명
- 평범한 소재로 60여 점 출품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파고들면서 왁자지껄하게 회식을 하는 것은 물론 카페에서 친구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일마저 쉽지 않게 됐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얼굴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붐비는 곳에선 절로 몸을 움츠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박정원 작가의 ‘여자여자여자’와 이진이 작가의 ‘디저트 카페-저녁 7시(송정)’. 신세계갤러리 제공

이처럼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유독 그리워지는 요즘,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6층 신세계갤러리에서 내년 1월 17일까지 기획전 ‘소소하지만, 소중한’을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박정원, 백인태, 이광기, 이진이, 정유미, 조장은 등 6인의 작가가 일상을 주제로 회화, 영상, 네온사인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조장은 작가의 ‘엄마 비행기 타고 싶다’

전시는 작가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 물론 소재가 유사하다 해도 작가들이 전부 같은 지향점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시는 오히려 작가 저마다의 개성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이진이 작가는 사실적인 묘사로 주변의 일상을 그린 작품 ‘너와 함께-화양연화’ ‘디저트 카페-저녁 7시(송정)’ 등을 선보인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지만, 사물의 실제와 다른 매끈한 질감 표현으로 이질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모호한 구도로 일상 그 너머를 대면하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서울 출신이지만 부산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는 조장은 작가는 코로나19 전후를 누구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시장 한쪽에 나란히 걸린 작품 ‘나의 부산, 나의 바다’와 ‘엄마 비행기가 타고 싶다’는 자유롭고 청량한 일상과 마스크가 필수가 된 답답한 오늘을 재치있게 담아냈다.

	조장은 작가의 ‘나의 부산, 나의 바다’

이번 전시에는 네온사인 작업으로 유명한 이광기 작가의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작가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상황과 어울릴 만한 작품 ‘서민끼리 싸우지 말자’ ‘그때 왜 그랬어요’ 등을 직접 골랐다. 대형마트 옥상 주차장의 하루에 주목한 ‘개미나 사람이나’(단채널비디오)도 눈길 가는 작품이다. 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차가 마트 주차장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패스트 모션으로 보여주는데, 마치 분주하게 움직이는 개미떼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동도서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차상’ 수상자 정유미 작가 겸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 ‘연애놀이’(단채널비디오)도 삽화와 함께 전시된다. 이와 함께 목욕탕에서 치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묘사한 박정원 작가의 ‘여자여자여자’,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낙서에 세상을 향한 풍자를 담은 백인태 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신세계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에 묘사된 다양한 일상들을 감상하며 과거에는 소소해서 몰랐지만,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