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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9> 방법서설 외 1편- 르네 데카르트 (1596~1650)

무리수 발명한 수학자, AI 예측한 과학자…우리가 몰랐던 데카르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17 18:50:3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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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모르는 사람 없는 철학 명제
- ‘방법서설’ 여섯 파트 중 일부
- 도덕·형이상학·자연과학 등
- 다른 학문 대해서도 진리 설파

- 해석기하학 창안해 대수학 열고
- 인체 닮은 ‘자동기계’ 출현 예상
- 신학 중심 중세에 반기 들고
- 이성 중시 근대 철학 이끌어

‘방법서설(方法序說)’은 서명(書名)만으론 내용이 짐작되지 않고, 듣기만 해도 머리를 살짝 아프게 하는 책이라고 평한다면 데카르트가 좋아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1637년 네덜란드에서 익명 출간된 이 책이 달았던 원래 서명은 내용을 잘 알려줬다.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서설 그리고 이 방법을 다룬 에세이들인 굴절광학 기상학 기하학’. 서설은 ‘서론 형식을 띤 해설’이란 뜻.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데카르트 고향인 ‘앵드르 에 루아르주(州) 라 에’에서 명물로 자리 잡은 데카르트 동상.
학문하는 방법을 다룬 ‘방법서설’이 전체 4편 중 가장 널리 읽혔다. 90여 쪽 에세이인 이 책에 늘 따라붙는 또 다른 데카르트 저서가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1701년 유고 출간). 이 고전도 130여 쪽. 방법서설은 서론, ‘정신지도를…’은 본론이니 두 고전은 ‘실과 바늘’ 아닌가. 여기에 주해까지 더해도 340여 쪽밖에 안 되니 보기 드문 착한(?) 고전이다.

책을 읽어보면 데카르트는 생각에 근육을 붙이고, 그것이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인도하는 생각 헬스 트레이너라는 생각이 든다. 쉽고 확실한 철학을 익혀 세계인이 행복해지길 갈망했던 그는 ‘생각 씨앗’을 심어 근대 철학 숲을 일궜다. 그 숲 나뭇잎을 한 장 따서 들여다보자. ‘당신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배하는 게 뭘까요? 바로 생각입니다’란 글귀가 천천히 떠오른다.

‘정신지도를…’은 정신을 잘 다루는 데 필요한 21개 규칙을 설명했다. 규칙마다 제목을 달았는데 제1 규칙은 이렇다. ‘정신에 나타나는 모든 것에 대해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리도록 정신을 지도하는 것이 연구 목표다.’ 이 책을 저술한 목적과 데카르트 철학 지향점이 나타난다. 그는 주문한다. “익숙해질 때까지 규칙들을 연습·훈련해 습관으로 만들어라.” 그래야만 진리를 얻기 때문.

   
르네 데카르트
저자는 철학자가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말을 되뇌고, 대하기 힘든 괴짜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물 인식을 추구할 땐 항상 단순하고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명확하게 증명되는 진리를 좇는 수학을 제일 먼저 익혀 학문하는 자세를 잡았다. 그런 다음 과학자로서 세상에 유용한 그릇이 되고자 노력했다. 여생은 행복을 전도하는 철학자로 보냈다. ‘방법서설’엔 이런 데카르트 여정이 흘러간다. 글을 잘 쓰는 철인이자 논란과 소동을 싫어하며, 세상사에 거리를 둔 채 편안하게 학문하는 걸 좋아하는 필부 데카르트를 만난다. 싫은 사람에 대놓고 불평하고, 특히 수사학엔 혐오까지 드러낸다.

‘방법서설’은 6부로 구성됐다. 1부 첫 문장은 유명하다. “양식(良識)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된 것이다.” 양식 혹은 이성은 천부 능력이라고 봤다. “하지만 양식을 소유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그걸 잘 사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 방법을 데카르트는 터득했다. 1부엔 웅변 시(詩) 수학 도덕 신학 철학 법학 천문학 같은 여러 학문에 대한 견해가 담겼다. 자신이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 학문을 밥벌이로 삼지 않아도 돼 감사하다면서도 산 체험을 하고자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속으로 뛰어들었다. 9년여간 유럽에서 용병 궁정예술가로 지내며 세상사를 익혔다. 하지만 외도임을 깨닫고 진심으로 원하는, 은둔하면서 진리를 캐는 철학 광부로 돌아왔다. 데카르트는 인습을 맹신해선 안 되며 때로 과감하게 끊어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부에 들어 이성 연마를 위한 4가지 규칙을 설명했다. ‘명증성(명확하게 증명함)·분해·합성·열거’ 규칙이다. 그는 이 규칙을 접목한 ‘해석 기하학’을 창안해 대수학에 길을 열었다. 좌표 기하학(x y z축)을 생각해냈다. 무리수 x도 데카르트 발명품. “몇몇 규칙과 대수로 우리를 잡아매는 통에 정신을 계발하는 학문이 아니라 정신을 당황하게 만드는 모호한 기예로 전락했다”며 당시 수학 풍토를 꼬집었다. 그가 수학 탓에 눈물 흘리는 요즘 학생을 본다면 얼마나 안타까워할까.

3부에선 행복에 필요한 3대 도덕 격률을 내놨다. 그는 우유부단을 가장 경계하고 확신·단호를 추구했다. 죽기 1년 전인 1649년 집필한 ‘정념론’에 이런 격률이 잘 담겼다. 첫째 격률은 법률 관습 종교(가톨릭)를 따르고, 사려 깊은 이들이 취하는 온건하고 극단이 아닌 의견을 좇아 자신을 지도하기. 둘째 격률, 확고·결연하게 행동하고 의심스럽더라도 일단 결정했으면 확실하게 실천하기. 셋째 격률은 운명보다는 자신을 이기려고 노력하고, 세계질서보다는 내 욕망을 바꾸려고 노력하기.

4부는 형이상학 토대가 드러나는 장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데카르트 철학 제1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Je pense, donc je suis)”가 등장한다. 데카르트 생각 흐름은 이렇다. 나는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한다 →내가 다른 것이 가진 진리성을 의심하려고 생각하는 자체에서 내 존재 사실이 명백·확실하게 드러난다 →내가 생각하기를 중단하면 내가 존재했다는 걸 증명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나는 한 실체이고 그 본질은 오직 생각하는 것이다 →정신은 스스로 중단 없이 존재한다. 이 명제로 데카르트는 신학 중심인 중세 철학과 이별하고 인간 이성을 중시하는 근대 철학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무신론으로도 읽히는 이 철학 원리는 가톨릭 신자인 그에게 딜레마였다. 데카르트는 바티칸 심기를 불편케 않으려고 평생 조심했다. 저작 활동에서도 자기 검열한 흔적이 보인다.

5부에는 자연과학자로서 가진 견해가 실렸다. 이 세상에 유용한 진리 학문 지혜를 탐구하는 도구로써 자연과학을 주목했다. 저자는 이 세상이 창조되고 작동하는 원리를 좇았다. 무생물 식물 동물 특히 인간 생체를 들여다봤다. 어릴 적부터 병약해 건강에 남다른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혈액순환을 중심으로 인체를 설명하면서 인체와 닮은 ‘자동기계’가 출현할 것으로 보았다. 요즘 같으면 휴머노이드. 하지만 데카르트는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진정한 인간’은 못 된다고 직관했다. 기계는 건네진 모든 말에 답할 정도로 말을 다양하게 정돈할 수 없다. 또 기계는 인식이 아니라 기관 배치에 따라 일을 수행하므로 인간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판단은 AI(인공 지능)가 인간 영역에 도전하는 현대에서 주목거리다. AI 미래를 17세기 데카르트가 예측했다니! 그 판단이 맞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데카르트는 6부에서 ‘방법서설’ 집필 동기를 밝혔다. 첫머리에 해명을 내놨다. 그는 ‘세계 및 빛에 관한 논고’를 1633년 펴냈지만,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걸 보고 생전 출간을 포기한 일을 해명했다. 이 책은 사후인 1664년 간행됐다. 갈릴레이 ‘지동설’에 동조한 ‘세계…’를 간행하면 파문이 더해질 게 분명해 보였다. 또 출간하면 명예나 논란으로 귀찮아질 터이고, 연구 시간 허비로 이어질 뿐이라고 판단해 출간을 미뤘다고 술회했다. 이를 두고 소심하다는 비난도 나왔다. 그는 주변 눈치를 본 게 아니라 자신 철학에 따른 결단이었다고 자신을 감쌌다.

   
6부에서 저자는 “우리는 자연을 소유한 주인”이라고 외쳤다. 삶을 유용케 하고, 모든 선 중 으뜸이자 기초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철학이 필요하다며 사변 철학을 경계했다. 자손을 위해 당대인은 이익을 덜 보더라도 괜찮다는 주장은 현대인도 기억할 만하다. ‘방법서설’은 “아무런 방해 없이 한가로운 여가를 즐기도록 배려해주는 사람을 나는 항상 더 고맙게 여길 것이다”는 문장으로 끝나지만, 데카르트 말년은 그렇지 못했다.

서평가·세상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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