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슬며시 사라졌던 부부 예능이 2020년 강세를 보였다. TV조선 ‘애로부부’는 말 못 할 고민과 부부의 민낯을 폭로하고, ‘아내의 맛’은 육아 고충 앞에서 연예인 역시 다를 바 없는 부부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동안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살림하는 남자들’ 같은 프로그램이 과연 현실에서 있을까 싶은 부부들의 핑크빛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2020년 대중문화 트렌드의 하나인 ‘솔직’과 ‘폭로’에 힘입어 요즘 부부 예능은 평생 동반자보다 평생 적군인 부부들의 달콤살벌한 동거를 조명한다. 그중 JTBC ‘1호가 될 순 없어’는 개그맨 커플 중 이혼 사례가 없는 점에 착안, 개그맨 부부를 탐구한 예능이다.

최양락-팽현숙 커플 이후 개그맨 부부가 꽤 많아져 개그맨 세 쌍이 주요 출연진이다. 이들 부부가 안고 있는 부담도 꽤 클 것이다. 그중 김원효-심진화 커플처럼 10년 차 부부로 여전히 깨 볶는 경우도 있지만 고민을 안고 끙끙대는 김학래-임미숙 부부, 카드 결제 문자를 보고 최양락의 뒤를 밟는 팽현숙의 모습도 있다.

이들은 개그맨이라는 직업 특성상 싸우다가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밖에 없는 태생적 운명을 토로한다. 박준형-김지혜 커플의 말대로 싸우다 웃겨서 포기한다거나, ‘이 인간, 내가 아니면 누가’라는 넓은 마음을 품으면 다 해결된다는 명제는 어찌 보면 위기 순간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그들만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가치는 빛난다.

김원효-심진화 부부를 보면서 몇 년 전이 생각났다. 2013년이었던가.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홍보영상 촬영 건으로 서울 KBS 앞 카페에서 김원효를 만났다. “부산”이라는 말 한마디에 “당연히 해드려야죠” 하던 시원한 목소리. 그때 그가 결혼 3년 차였으니 화제는 신혼생활이었다. 아내와 언제 결혼할 결심을 했느냐 물었더니, 심진화의 고향이 경북 청송 시골인데 부산 와서 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단다. 이런!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동자라니…. 부산 남자가 이리도 ‘스위트’하단 말인가. 이런 따뜻함이 부부생활을 행복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 보인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