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 바람이 거세다. 선수 시절 유명세가 TV에서도 이어지는 후광효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박세리(골프), 허재 현주엽 서장훈(농구), 양준혁 박찬호 김병현(야구), 김동현(이종격투기), 안정환 이영표(축구) 등의 스포츠 스타들이 시청률을 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박세리. SBS 제공

스포츠 스타들의 특징은 입담이 거칠 것 없고 순수하다는 것이다. E채널 ‘노는 언니’에서 센 언니로 캐릭터가 공고해진 이후 MBC ‘나 혼자 산다’, SBS ‘정글의 법칙’ 등에 출연한 박세리는 “선수 시절 140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고 스스럼없이 고백하고 치킨 두 마리를 시켜 맥주를 마시는 털털함도 보인다. 예능 섭외대상 1위 안정환은 폭로전에 강하다. 선수 시절 그의 선후배들이 한 번 정도는 그의 후일담으로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대선배 김주성에게 실수로 침을 뱉어 주먹으로 얻어맞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왕년의 농구 스타 현주엽은 먹방으로 제2의 예능 인생을 살고 있다. 고기를 실컷 먹고 후식으로 불고기를 시키는 그의 먹성은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입증됐다.

스포츠 스타들의 또 다른 특징은 ‘주전공이 아닌 경기를 열심히 한다’는 것. JTBC ‘뭉쳐야 찬다’에서 손꼽히는 레전드 장면은 농구장에서 손으로 골을 넣는 허재와 발로 공을 넣는 안정환의 자유투 대결이다. 결과는 농구장에서 발로 공을 넣은 안정환의 승리였다. 이런 이색 대결은 KBS2 ‘축구 야구 말구’에서도 볼 수 있다. 야구의 박찬호와 축구의 이영표가 출연해 테니스와 배드민턴 등을 배워 그 분야 최고의 선수들과 승부를 벌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들이 “TV 앞에 남성 시청자를 앉히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김정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