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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오옷! 예술<1>성악 공연과 토크 콘서트가 만났더니!

테너 양승엽의 ‘첫사랑’은 왜 그리 잘 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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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곡이 마음에 와서 박혔다

김효근 작시(作詩)·작곡 ‘첫사랑’을 듣고 나면 누군가 붙들고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첫사랑’이라는 노래 아세요? 모르신다면 꼭 들어보세요. 정말 좋거든요. 이 가을엔 특히.” 유튜브에 가면 다양한 성악가가 부른 김효근의 아트팝 가곡 ‘첫사랑’을 들을 수 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여 / 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 / 말 못 해 애타는 시간이여 / 나 홀로 저민다…”로 시작하는 첫 소절 앞에서 소름이 오소소 돋고는 했다.

지난 11월 15일 일요일 부산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소공연장·330석·사회적 거리두기 입장)에서 테너 양승엽이 부른 ‘첫사랑’을 듣고 손뼉을 치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앙코르곡으로 이 노래 또 불러 달라고 해야지’. 공연이 끝났다. 관객은 진심으로 “앵콜! 앵콜!” 외쳤다(객석에 앉아 있어 보면 묘하게도 그런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관객이 요청한 앙코르곡은 ‘첫사랑’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11월 15일 부산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에서 테너 양승엽(오른쪽)이 양진경의 피아노 반주로 노래하고 있다.

‘첫사랑’만 좋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날 ‘제6회 테너 양승엽 독창회-테너 양승엽이 들려주는 우리 가곡’ 공연에서 양승엽이 가장 ‘잘 부른’ 노래는 ‘박연폭포’였다고 느꼈다. 거침없고 주저 없고 신명에 올라탄 듯했다. 깊고 후련했다. 공연 들머리에 부른 ‘보리밭’(박화목 작시·윤용하 작곡)은 반갑고 애잔하고 정겨웠다. ‘이별의 노래’(박목월 작시·김성태 작곡)는 “기러기 울어 예는 / 하늘 구 만 리 / 바람이 싸늘 불어 / 가을은 깊었네…”로 시작할 때 마음속 어딘가 무너지는 느낌이 왔다.

‘거문도 뱃노래’(전라도 민요) ‘시간에 기대어’(최진 작시·작곡)에서 받은 ‘모던’했던 인상 또한 뇌리에 남는다.

부산의 테너 양승엽은 그렇게 10곡을 다채롭게 불렀다. ‘잠깐! 뭐지? 노래가 마음에 와서 박히는 이 기분. 관객도 편하게 공연에 스며드는 이 느낌은?’ 하는 생각이 밀려오는 순간 공연 안내장에 박힌 네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가곡’.

2. 노래와 이야기가 균형을 이룰 때

이번 공연은 노래 사이사이에 토크 콘서트를 배치했다. 무대에 작은 탁자와 의자를 놓고 양승엽 테너가 문화유목민·음악평론가 정두환 씨와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두 사람 대화를 듣다 보니 ‘오늘 공연이 왜 이렇게 편안하고 잘 들리는지’ 알았다.

정두환=(이탈리아에 음악 유학을 다녀왔고 오페라에 자주 출연하는 성악가인데) 왜 오늘 우리 가곡만 골랐나?

양승엽=사실 어제도 오페라 공연을 했다. 그간 독창회에서 전공인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나면 여러 지인이 ‘어렵더라’ ‘무슨 내용인지 몰라 아쉽더라’는 반응을 전했다. 관객이 정겹게 여기고,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 가곡을 불러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정두환=우리 가곡을 부르면 관객은 좋다. 왜? 관객이 아는 노래니까. 성악가는 어렵다. 왜? 관객이 아는 노래니까. 행여 잘 부르지 못하면 관객이 쉽게 알아차린다.

관객=(끄덕끄덕)

   
토크 콘서트를 하다 웃음이 터진 양승엽 테너.
테너 양승엽(왼쪽)과 정두환 음악평론가가 공연 도중 대화하고 있다.

정두환 씨는 이야기를 절제하려 했다. 대신, “이수인 선생의 곡 ‘그리움’ ‘내 맘의 강물’은 양진경 피아니스트의 반주와 양승엽 테너의 호흡에 귀 기울이면 더 좋을 것” “최영민 작곡 ‘그리움의 아리랑’은 사실상 양승엽 테너를 위한 노래라 할 수 있으니 개성이 잘 드러날 것”이라며 관객에게 도움이 되게 맥을 짚으려 했다. 그러자 양승엽 테너가 노래를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하려 하는지 눈과 귀에 잘 들어왔다. 관객 집중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게 직접 공연장에 오는 맛이다. 유튜브나 DVD, 오디오와 같지 않다.

추상도가 높은 춤 장르를 비롯해 공연예술에서는 여전히 ‘현장에서 해설하는 방식’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다.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공연의 ‘미학’이 완성되는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해설’의 미명으로 관객의 자유로운 수용을 방해하냐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견해에 반대한다. ‘해설 자체를 배격’하는 관점에 반대한다. 해설이나 이야기(토크 콘서트)가 있어 더 빛나는 공연은 있고, 더 늘 것이다. 그럴 땐 그걸 하면 된다. 다만, 세심하게 짜고 균형을 지켜 ‘관객’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3. 나의 주장

언젠가는 창작 현대춤 공연에서도 안무자가 미리 무대에 나와 작은 의자에 앉아 ‘저 사실 이런 의도로 이 작품을 짰어요’ 하고 말을 건네오는 공연을 보고 싶다. 그게 예술 행위에 포함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원칙을 왜 만들었고 왜 지켜야 하는지 근본 이유를 잊지 않고 자꾸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환경과 시대가 바뀔 때, 변화할 수 있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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