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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1분 영상을 80분짜리로 늘렸더니 미처 보지못했던 희로애락 보이네

비디오아트 거장 빌 비올라, 극도의 슬로모션 기법으로 영혼·불멸 등 주제 깊이 탐구

  • 국제신문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  입력 : 2020-11-09 19:41:3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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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4월까지 시립미술관서

황량한 도시 건물을 배경으로 두 명의 여성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에 또 다른 여성이 끼어든다. 그런데 원래 있던 둘 중 한 명은 새로 등장한 여성을 잘 알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 여성이 다른 한 명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소외되고 고립된다. 어색함 속에서 세 사람이 만나고 인사를 주고받는 행위는 단 45초에 불과하지만, 빌 비올라는 극도의 슬로모션 기법으로 영상을 10분22초로 정교하게 펼쳐놓는다. ‘인사(1995)’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실제라면 잘 알아채지 못했을 인물들의 무의식적인 몸짓, 순간의 눈빛, 빛과 바람의 미묘한 변화까지 정지된 화면처럼 선명하게 인식하게 한다.
빌 비올라의 The Quintet of the Astonished(놀라움의 5중주). Kira Perov, Bill Viola Studio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이 비디오아트 거장 빌 비올라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내년 4월 4일까지 이우환공간과 미술관 본관 3층 전시실에서 ‘빌 비올라, 조우’전을 열고 작품 16점을 선보인다.

빌 비올라는 미국 출신 작가로, 슬로모션을 주로 사용해 ‘현대미술의 영상 시인’이라고 불린다. 영혼과 불멸 등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며, 물 불 공기 흙을 소재로 한 작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빌 비올라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1970년대 초기 주요작부터 최근에 선보인 대규모 설치작업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이우환공간에서는 빌 비올라의 초기작 ‘이주(1976)’ ‘투영하는 연못(1977~1979)’ ‘엘제리드호(1979)’를 감상할 수 있다. 비디오라는 매체를 예술 장르로 개척함과 동시에 ‘있는 그대로’에 집중한 작업이 주를 이룬다.

빌 비올라의 Five Angels for the Millennium(밀레니엄의 다섯 천사) 중 Departing Angel(떠나는 천사). Kira Perov, Bill Viola Studio 제공
미술관 본관 3층 대전시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의 작품으로 기획했다. 그중 ‘아니마(2000)’는 세 명의 연기자가 각각 1분 남짓으로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을 표현한 영상을 81분으로 늘려 작업했다. 언뜻 보면 정지된 화면의 초상화처럼 보이지만, 극도로 느린 속도로 미묘한 표정 변화가 일어난다.

이외에도 전시관에는 영국 런던 세인트폴성당에 영구 설치된 ‘순교자 시리즈(2014)’를 비롯해 ‘놀라움의 5중주(2000)’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2002)’ 등이 전시돼 있다. 이러한 작품들에는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물질과 정신, 인간과 자연 등 이원적 요소들이 대비를 이루는 듯하지만 공존하고 순환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빌 비올라 작가가 제공하는 시간은 관람객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작품을 감상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사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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