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기후변화 가능성을 예측한 환경학자가 이제는 명백한 현실이 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한다.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요소, 여전히 작은 희망이 있는 이유를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역대 최장 장마와 국지성 집중호우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폭우로 물에 잠긴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연합뉴스

지구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물이 증발하고 다시 내려오는 지구의 ‘펌프 시스템’이 고장난다. 이 때문에 가뭄과 홍수가 이어지는 추세다. 2017년 8월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는 멕시코만 인근에 약 128조 리터라는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내 큰 피해를 입혔다. 텍사스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화씨로 1도(섭씨 0.56도) 올라 대기 중 습도가 평균 3%에서 5%로 늘어난 탓이다. 반대로 캘리포니아는 2015년부터 5년 동안 수천 년에 한 번 올 만한 가뭄을 겪었다. 얼마나 심했는지 지표면 수분 증발로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1인치 상승하고 1억200만 그루의 나무가 고사했다.

가뭄·홍수 외에도 녹아내리는 빙하·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지구온난화는 자연재해만 초래하지 않는다. 폭력 분쟁과 난민을 만들고 이들은 글로벌 사회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그럼에도 인류는 아직도 ‘기후변화는 미래의 일’이라 여기거나 경제 지표에만 관심을 보이기에, 저자는 인류의 모든 삶인 ‘휴먼 게임’이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가 게임이라 칭한 이유는 게임 결과에 대한 예측이 전혀 불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미 1989년 ‘자연의 종말’을 통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그간 변한 것은 없고, 예상치를 뛰어넘는 나쁜 결과만 도출되고 있다. 2018년 발표된 한 연구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한다 해도 지구상에 있는 빙하 3분의1 이상이 어떻게든 사라질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왜 30여 년간 인류는 변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휴먼 게임을 위협하고 그 위험성을 높이는 ‘레버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구온난화가 사실임을 알고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숨기거나 각종 위장단체를 통해 문제를 은폐하려 한 글로벌 화석 연료 기업들을 레버리지의 예시로 든다. 2가지 요소가 있다면 휴먼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도 제시한다. 화석연료보다 안전하고 무한한 태양 에너지의 사용, 이를 방해하는 세력을 물리칠 비폭력 운동이 암울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