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 예능의 왕좌는 ‘나 혼자 산다’와 ‘놀면 뭐 하니’ 차지다. 이 예능 두 편의 내용이 요즘 심상치 않다. 류산슬, 유두래곤 등 끝없이 변신하는 유재석으로는 모자라 시침 뚝 떼고 활동하는 요상한 캐릭터들 때문이다.

부(副)캐릭터 전성시대. 본캐·부캐는 본 캐릭터·부 캐릭터의 줄임말로 여러 계정을 만들어 접속하는 게임용어에서 시작했다. 또 다른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와 ‘캡사이신’은 개그우먼 송은이의 기획작이다. 신봉선의 부캐 캡사이신은 80년대 파티 의상에나 나올 법한 챙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400살 먹은 뱀파이어 콘셉트로 활동한다.

‘놀면 뭐 하니’는 싹쓰리 프로젝트를 마치고 ‘환불원정대’로 돌아왔다. 기 센 언니 네 명의 정체는 실제 인물인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인 만옥, 천옥, 은비, 실비다. 1980년대를 주름잡은 여배우 장만옥과 1970년대 활약한 펄시스터즈를 연상시키는 그룹으로, 유재석 부캐 지미유가 계란 띄운 쌍화탕을 마시며 기획사 업무를 본다. ‘나 혼자 산다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는 박나래 한혜진 화사의 부캐인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가 80년대 팝가수 신디 로퍼,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화장과 헤어스타일로 아슬아슬한 19금 토크를 펼친다.

TV는 왜 부캐 놀이에 빠졌을까. 코로나 시국이 가져온 불안의 영향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나 아닌 존재로의 변신은 비루한 현재를 벗어던지고 화려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실현한다. 안전·화려했던 80년대로의 귀환은 코로나 시대 대중 욕망을 반영한다. ‘부캐 놀이’를 하다가도 언제든 현생으로 귀환 가능한 점도 매력이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본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짜릿한가. 펭수 인형 안에 있는 존재를 별로 궁금해하지 않던 수용자들은 이번에도 그들의 짜릿한 도전을 즐기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부캐 권하는 TV는 초연결 사회가 가져다준 또 다른 모습이다. 모방과 복제의 시대,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를 만들고 스낵 컬처로 소비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어떤 부캐를 택할 것인가? 그 안에 당신이 꿈꾸는 욕망이 숨어 있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