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는 이른바 ‘일진’으로 학교폭력을 일삼다 퇴학당할 위기에 처했다. 학교는 그에게 퇴학처분 대신 발달장애 친구 그레타의 도우미가 되라는 과제를 준다. 그레타는 시도 때도 없이 두더지처럼 땅을 파헤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데다, 대답이라도 하나 들을라치면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한다.

충동을 참지 못하는 성격 급한 문제아와 답답이가 함께 해야 할 학교생활은 순탄치 않다. 카이는 끝없이 느긋하기만 한 그레타 때문에 교실 이동 수업에 매번 늦는다. 그레타는 덜렁이 카이가 던져준 공을 받다가 안경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등 크게 다칠 뻔하기도 했다.

둘은 곧 단짝이 된다. 카이는 흙투성이 그레타의 손에 들린 못난이 꽃에 담긴 온정을 느낄 줄 알고, 박자를 전혀 모르는 그레타와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춤을 출 수 있는 친구다. 그레타는 갈색으로 얼룩진 카이의 도화지에서 꽃들을 알아봐 주고, 아빠의 폭력 탓에 이상 행동을 하는 카이를 보듬는다.

책은 유쾌하고 따듯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지만, 사실 아동학대·장애아통합교육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뤘다. 카이는 학대 받는 아동이다.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망가진 사다리를 타고 2층 방에 숨어들어 혼자 밥을 먹고, 매일 밤 안방에서 들려오는 고함과 울음소리를 견디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든다. 학교는 체벌에만 집중한다. 카이가 인성을 성장시키길 바라고 도우미 친구 역할을 맡긴 게 아니라, 벌을 준다는 의미로 많은 시간 동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일을 맡겼다. 장애아동을 일반 학교에 전학시키는 통합교육이 지닌 한계점도 보여준다. 그레타는 학교에서 사실상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선생님 대부분은 가식적인 친절을 보여 줄 뿐이다. 아이들은 그레타를 괴롭히지 않지만, 무리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