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현상은 물론 재해·질병까지
- 결과 예측해 통제하려는 목적
- 정확한 데이터 구축이 선행돼야
- 적당한 불확실성 긍정 측면도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피에르 시몽 드 라플라스는 “지적 능력을 갖춘 존재라면 불확실성이 전혀 없을 것이며 그의 눈앞에는 마치 과거처럼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는 겨우 며칠 뒤라 하더라도 현재 상태에 대한 불가능할 정도로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왼쪽의 두 ‘혼합’ 이미지를 양쪽 눈에 별도로 보여 주면 일부 실험 대상자는 오른쪽과 같은 두 가지 완전한 이미지를 번갈아 인식한다. 사람은 자신의 시각에 들어온 정보가 불확실하거나 터무니없는 것을 싫어해 뇌에게 이런 이미지 중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내도록 한다. 즉 뇌는 눈이 보는 것을 믿기로 하고 눈은 뇌가 원하는 것을 찾기로 협약을 맺은 셈이다.

사실 우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예측 도구가 있음에도 가까운 미래조차 못 내다본다. 인공지능은 100수 앞을 내다본다는 바둑 최고수를 압도할 정도로 똑똑해졌지만, 전염병 창궐과 팬데믹의 장기화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기상청은 600억 원에 달하는 슈퍼컴퓨터로 역대급 초강력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강타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보에 그쳤다.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 이길지, 유력 용의자가 정말 범죄를 저질렀는지, 지진이 언제 그리고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미리 알아내고 싶지만 이런 사건의 결과를 예측할 때마다 대부분 틀렸다.

그렇다면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려 했던 인류의 노력은 언제부터였을까? 기술 발전 이전에 인류는 어떻게 불확실성을 계산하고 앞날을 내다봤을까? 불확실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가?

책은 이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일상은 물론이고 사회 현상과 자연재해까지, 불확실한 세상을 확실한 세상으로 만들고 싶었던 인류가 5000년 동안 수학을 발전시키고 확률이라는 도구를 발전시킨 과정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인류가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통제하기 시작한 최초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의식에 스며든 ‘예측 불가성’이 어떻게 ‘확률’이란 아이디어로 자리를 잡으며 체계적으로 진보해 왔는지, 또 ‘통계학’으로 발전한 확률이 수학·경제학·의학·심리학·기계학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를 통해 ‘불확실성’의 의미와 중요성을 밝힌다.

또 인류가 어떻게 불확실성을 정의하고 이해하고 제한하려 했는지를 수학사의 발전과 함께 풀어냈다. 영국 대영 박물관에 전시된 ‘점토로 만든 양의 간’ 유물 이야기, 동물의 간이나 찻잎을 보며 미래를 점쳤던 샤머니즘, 먼 옛날부터 예언자·점쟁이·신탁자들이 존재해 온 이유 등을 예시로 든다.

그동안 우리는 불확실성을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고 잘 세운 계획을 모두 ‘어긋나게’ 할 수 있는, 즉 잘못된 것으로 치부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언젠가 불확실성이 삭제된 정확한 미래를 내다보는 예측 도구가 나오게 될 것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컴퓨터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잘 설계된 가상 공간에서 천문학적인 속도로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형태다.

그렇지만 이는 정말 재미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은 예측하지 못한 즐거운 일로 놀라기를 좋아하는 인간에게 즐거움을 줬다. 어떤 팀이 이길지 미리 안다면 스포츠나 게임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저자는 불확실성을 없앨 게 아니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약간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늘 동일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닐지라도, 으레 문제로 여겨지는 불확실성이 때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415쪽)

저자는 다양한 교양 수학 도서와 BBC 등 방송, 각종 신문과 잡지 기고로 수학 대중화에 앞장서 온 수학자이자 대중 과학 저술가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