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공포 서사로 ‘공포의 제왕’이라 불리는 스티븐 킹의 신작. 괴한에게 부모를 잃고 납치돼 끌려온 소년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스토리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으로 풀어냈다.

12살 나이에 명문대 입학 허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천재 루크는 한밤중 집에 침입한 괴한에 의해 납치된다. 눈을 뜬 루크는 자신이 있는 곳이 마치 아이들을 수용하는 교도소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그곳은 크고 작은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의 능력을 가혹한 고문과 훈련으로 증폭 시켜 테러에 이용하는 시설이었다.

시설 책임자들은 루크의 염력에 주목하느라 뛰어난 지능엔 신경 쓰지 못했다. 천재 루크는 컴퓨터 보안을 풀어 납치가 일어난 날 부모가 살해됐으며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실을 알게 된다. 실험 약물 부작용으로 입소자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루크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잃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결국 위치추적기가 삽입된 귀까지 잘라가며 탈출했지만 그를 쫓는 책임자들이 점점 포위망을 좁혀온다.

‘인스티튜트’에서 시설의 어른들은 전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아이들을 가차 없이 짓밟는다. 비인간적인 모습이지만 지독하게 현실적이어서 더욱 끔찍하다. 자신이 믿는 선을 실현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과정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 착취로 이루어지는 권력 등은 소설의 주된 소재인 초능력보다도 무서운 것은 사람과 악의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와 더불어 스티븐 킹은 오랜 기간 문학에서 다루어온 주제 ‘존엄성과 인간성이 박탈당한 환경에 놓인다면, 어떻게 사람답게 있을 수 있을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소년의 실종과 납치는 스토리를 위한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서문에 “미국에서는 약 80만 명의 어린이들이 해마다 실종 보고된다. 대다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수천 명은 그렇지가 않다”는 문구를 강조할 만큼 소설은 아동 실종·납치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한 문제도 환기한다.

두 편으로 이뤄진 ‘인스티튜트’는 공개 직후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벌써 드라마화가 진행 중이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