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러미 리프킨·장하준·원톄쥔 등
- 세계 석학 7명 지구촌 미래 전망
- 기후변화·마이너스 경제 성장
- 더 강력한 감염병 대비 경고

올해 전 세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된 ‘코로나19’.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개월 남짓이다. 전례 없는 혼란 속에 ‘뉴 노멀’이라는 말이 회자되지만 무엇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팽배하고, 어제와 다를 내일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 등 7명의 석학은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한 갈급함을 가지고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인류 앞에는 어떤 선택지가 놓여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우선적인 변화는 무엇인지 등. 인터뷰는 온라인 화상이나 전화, 왕복 서한으로 이루어졌지만 코로나19라는 공통 경험이 있기에 대면 인터뷰만큼 현장감이 가득하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와 그것이 야기한 감염병이 창궐하는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두 번째 파고는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노동의 종말’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러미 리프킨의 말이다. 최근 ‘글로벌 그린 뉴딜’을 발표한 리프킨은 코로나19 위기의 주요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일갈한다. 물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 야생의 터를 침범하는 인간의 활동, 그로 인한 야생 동물의 이동이 팬데믹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문명이 낳은 위기다. 그는 산업 인프라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한동안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기본값이 될 것이다. 마이너스의 시대, 우리의 삶은 안전할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인 장하준은 성장을 하지 않아도 국민 생활의 질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며 숫자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고 촉구한다. 문제의 핵심은 모든 위험 부담을 약자에게 지우는, 단기 효율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라고 그는 진단한다. 건강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온 공공 역학자 케이트 피킷은 “미래에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먼저 사회 구성원들이 회복 탄력성을 갖추도록 사회 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바이러스는 평등하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 영국에서 빈곤 지역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빈곤 정도가 가장 낮은 지역의 수치보다 두 배나 높았다며 “불평등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기저 질환”이라고 역설한다.

코로나19는 2차 파고로 언제든 증폭될 수 있고,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의 지성 100인’에 두 차례 뽑힌 닉 보스트롬은 현대 문명이 ‘국제적 협력 결핍’이라는 악화 인자로 인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멸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위기 역시 정밀한 시나리오와 지구적 조정 능력의 부재가 낳은 참사라며 “지금처럼 반무정부 상태에 계속 머무른다면 문명은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질문의 출발점은 코로나19 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지만, 종착지는 그간 우리 문명이 누적해온 모순과 갈등에 있다는 것이 확연해졌다. 저자는 전 세계적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번영의 정체는 무엇이고, 성장의 결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기술 발전과 부의 분배가 서로를 독려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