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쓰는 의사’로 알려진 저자
- 20년간 연재글 217편 엮어
-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 펴내
- 등골 서늘한 사건·사고부터
- 역사에 남은 성과와 인물
- 기상천외한 의료행위 등 소개

‘마취법도 없고 항생 물질도 없던 18세기나 19세기 초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환자가 자살해 버리기도 했다. 생살을 째고 뼈를 끊어 내는 고통을 겪을 일이 두렵기도 했지만, 어쩌다 수술이 성공하더라도 상처가 곪아 패혈증으로 죽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외과의 권위자였던 알프레드 벨포는 학생에게 “수술 시의 고통이나 위험성에 관해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가르쳤다.’(‘무서운 의학사’ 202, 203쪽)

36세에 요절한 모차르트의 사인을 두고 여러 억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독살설이다. 다른 견해로는 매독 때문으로 당시 유행하던 수은 치료를 받다 중독으로 죽었다는 설도 있다. 사진은 ‘레퀴엠을 노래하는 모차르트’로 토머스 쉴즈의 그림. 사이언스북스 제공

책에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에피소드가 수두룩하다. 16세기 말까지 제왕 절개 수술은 산모가 사망한 후 태아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태아와 태반을 꺼낸 후 자궁과 복부 상처를 봉합한다는 개념도 없이 산모의 배를 천이나 붕대로 둘둘 감아놓았다. 당연히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로 임신한 산모 스스로 자기 배를 절개하는 경우도 잦았다. 19세기 들어 마취제가 발견되기 전까지 참고 버티는 것 외에는 수술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치료법 없는 전염병’인 코로나19 시대, 인류의 집단 지성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글 쓰는 의사’로 알려진 저자는 이를 극복할 열쇠는 결국 의학의 역사에 있다고 보았다. 전염병에 대응했던 과거의 의학을 알아야 내일의 의학이 어디로 향할지 추리할 수 있어서다. 이번에 낸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은 저자가 20년 동안 각종 매체에 연재했던 글 217편을 ‘무서운’ ‘위대한’ ‘이상한’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집대성해 의학의 역사에 입체적으로 접근했다.

1권 ‘무서운 의학사’의 주제는 역사를 바꾼 치명적인 전염병과 생명을 바치며 응전했던 의사, 의학사에서 일어났던 등골 서늘해지는 사건 사고들이다. 3년 동안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세 유럽의 페스트, 수술받고 죽으나 그냥 병으로 죽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던 18세기 유럽의 병원 풍경, 얼음 송곳으로 뇌를 후벼 파 사람을 반송장 상태로 만든 의사에게 노벨상까지 안겨 준 20세기의 정신 의학까지 71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2권 ‘위대한 의학사’는 의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긴 이들과 그들이 이룩한 성취를 74편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냈다. 600번의 실패 끝에 찾아낸 매독 치료제, 낮은 자들을 위한 사랑으로 영국 의료 체계를 바꾼 나이팅게일, 나라 전체의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소아마비 백신, 20년 동안의 집념으로 이뤄낸 최초의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수많은 역경과 좌절, 시행착오를 이겨내며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타협할 수 없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실렸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이상한 의학사’의 주인공은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지만 수백 년 전에는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질병, 미신과 마법과 무지가 낳은 기상천외한 약과 의료 행위, 자신만의 신념을 지켰던 괴짜 의사들 얘기다.2, 3쪽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라 시간 날 때마다 펼쳐 보면 의학이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어 내던 시대로부터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정립되었는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