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만지지 마’ ‘가만히 있어’ ‘앉아 있어’ ‘기다려’ ‘조용히 해’ 등. 아이는 좀처럼 듣지 않는다. 버릇이 없고 고집이 세기 때문일까? 교육학자인 저자는 “위반해서 받는 처벌보다 배움을 통해 얻는 보상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아이의 생명력 표현과 저항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프랑스 빈민가의 한 공립 유치원에서 만 3~5세 아동 25명에게 뇌과학을 기초로 시행했던 ‘자율 교육 실험’ 보고서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경쟁적인 교실 환경을 마련하고, 실수하는 아이에겐 벌을, 잘하는 아이에겐 상을 줘야 효과적인 학습이 이뤄진다는 몇 가지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이의 잠재력을 얼마나 과소평가해 왔으며, 어른의 역할을 얼마나 과장해 왔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유치원에 특별한 제도를 도입했다. 교실 현장에서 당연시해 온 프로그램·학년·평가를 없앴다. 교실에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따른 교구들이 꽂혀 있을 뿐, 교사가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날 하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정한다. 혼자서 교구를 가지고 놀 수도 있고, 마음이 맞는 아이들끼리 종일 얘기를 나누다 집에 돌아갈 수도 있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광경을 지켜만 봐도 된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만 한 반에 몰아 놓아 비교와 경쟁을 부추기지도 않는다. 3~5세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도록 해 큰 아이들과 작은 아이들이 ‘가르침-배움’의 관계를 형성한다. 수많은 꼬마 교사들이 생긴 셈. 실수해도 나무라거나, 잘했다고 칭찬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활동은 어른들의 인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실험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5세 아이 전원과 4세 아이의 90%가 책을 막힘 없이 읽었고, 숫자를 다루는 데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인성과 사회성 같은 행동 지능 발달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아이가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성장하기 위해 어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질주하는 아이의 지능에 ‘핸드 브레이크’를 걸지만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양육자는 아이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을 때를 알아봐 주고, 아이가 관심·호기심·충동을 보인다 싶을 때 그 지적 탐색을 끝까지 밀고 나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한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