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책을 모아 놓은 곳이야. 책은 참 신기해. 마치 마법과 같아서 너를 아주 먼 곳까지 데려갈 수 있지. 세상의 아름다움이 책 속에 다 들어있거든!”
엄마의 말에 아기 고양이 블라디미르는 얼른 도서관에 가 책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신기한 물건이라던 책은 공중에 날아오르지도, 모습이 바뀌지도 않았다. ‘아빠의 태블릿 PC는 손끝이 스칠 때마다 화면이 싹싹 바뀌는데….’ 실망한 블라디미르는 책 쌓기로 집, 트럭, 괴물 만들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엄마가 책을 읽기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공주님과 마녀 그리고 성 두 채까지, 이야기 속 장면이 눈앞에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이 난 블라디미르는 외쳤다. “우아! 엄마, 어떻게 한 거예요? 마법의 지팡이라도 있는 거예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볼거리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시대다. 한장 한장 넘기며 글을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한 독서는 점차 답답하고 지루한 활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이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이 ‘시간이 없어서’를 제치고 1위로 꼽혔다. 성인도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할까.

동화 ‘책 읽는 고양이’는 언젠가부터 지루하고 시시한 존재로 전락해버린 책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난생처음 간 고양이 블라디미르가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자기도 모르게 독서의 즐거움에 빠지는 과정을 간결한 문장으로 담아냈다. 동화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블라디미르의 엄마처럼 책과 자연스레 친해지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그림에 있다. 상황이나 각도를 바꾸어 보는 것을 좋아하는 화가 릴리 슈맹은 도서관을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로 그림을 그렸다. 또한 책과 책장을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해 여느 그림책에서는 만날 수 없는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