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르판·쿠차 등 5개 도시 탐방
- 실크로드 답사 대장정 마침표
- 유 “내 인생 가장 감동적 여행”

“누란, 누란을 생각하면 아픔과 그리움이 동시에 일어난다. 실크로드에 대한 애잔한 감정의 절반은 누란에서 나온다. 그네들의 역사가 더없이 아프고, 그네들의 최후는 마냥 슬프기만 한데 탐험가들의 증언은 신비롭다. 그리하여 그 역사를 이야기하는 소설가의 마음에는 동정이 가득하고 이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는 동경이 어리는데, 4천 년의 비밀을 간직한 ‘누란의 미녀’ 미라는 애잔한 아름다움의 표상이 되고 있다.”(17쪽)

오아시스 도시 신강위구르자치구였던 투르판에 자리한 고창고성 전경. 오랫동안 방치돼 황량한 폐허로 남았지만 육중한 벽체들이 여전히 중후한 멋을 자랑한다. 창비 제공

역사 인문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에서 실크로드를 찾아 떠난 여정이 3편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3편은 신강위구르자치구 지역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돌아본다. 광활한 분지, 무시무시한 사막과 산맥, 끝없는 대초원으로 이뤄진 이곳이야말로 동서문명의 땅이 만나는 곳이자 신비한 오아시스 도시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실크로드의 진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크로드 학자들에 따르면 1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가 오아시스 왕국들의 번영기다. 이들은 ‘서역 55국’으로 팽창했다가 나중에는 6개 연합국가 형태로 통합을 이루게 된다. 저자는 6개 연합국가를 ‘서역 6강’이라 지칭하고 역사의 자취가 거의 사라져버린 언기국을 제외한 다섯 개 국가(누란국, 차사국, 구자국, 우전국, 소륵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누란, 투르판, 쿠차, 호탄, 카슈가르 다섯 개 도시를 탐방 대상으로 삼았다.

한때는 번영했으나 사라져버린, 그러나 20세기 탐험가들에 의해 흔적이 발견돼 상상력을 자극하는 누란처럼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왕국들은 대부분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지리적으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기에 교역이 활발하기도 했지만 중국, 흉노 등 강력한 세력에 시달리다 홀연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답사기는 첫째로 정확하게, 둘째로 재미있게, 셋째로 유익하게 써야 한다”는 저자를 따라 거대한 고성이 있는 투르판, 불교 유적지를 품은 쿠차, 옥과 불교의 도시 호탄 등을 거닐다 보면 피상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던 실크로드가 다종다양의 역사와 문화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답사기를 펴낸 저자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고 평할 만큼 매력적인 실크로드의 세계로 안내하는 이 책이야말로 휴가철이 됐지만 해외여행은 물론 집 밖을 나서기조차 망설이는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오아시스가 아닐까.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