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도 열정도 없이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할아버지가 화분을 돌보며 삶의 의욕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낡고 큰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홀몸노인이다. 뼈마디는 삐걱거리고, 시력도 좋지 않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집안 곳곳에 켜둔 전등을 끄며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그리고 어린 시절 아이들 모습 등 지난 추억을 떠올린다. 집도 주인공과 닮았다. 생기나 온기를 찾아볼 수 없는 폐가와 진배없다. 퀴퀴한 냄새가 나고 오래 묵은 먼지가 쌓여 있는 데다 햇볕도 통하지 않는다.

어느 날 이웃집 소년이 찾아온다. 가족과 며칠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다며 꽃 화분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주인공이 머뭇거리는 사이 소년은 자기 집으로 뛰어가 차를 타고 떠난다.

뭔가를 돌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할 수 없는 주인공. 화분을 부엌에 두고 어찌할 줄 몰라 물을 조금 주고는 잠자리에 든다. 다음 달 아침 모처럼 기분 좋게 잠에서 깬다. 생기가 넘치는 화분을 보니 집이 지저분해 보인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빛이 잘 들어 오도록 더러워진 유리창 등을 깨끗하게 닦는다.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창문도 활짝 연다.

소년이 맡긴 화분은 주인공의 무료했던 삶을 변화시켰다. 돌봐주지 않아 집을 떠났던 고양이도 돌아온다. 집은 생기와 온기를 다시 찾았다. 소년이 여행에서 돌아오고, 화분을 잘 돌봐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와인 파티에 초대한다. 주인공은 예전에는 거절했을 초대에 기꺼이 응하며 이웃집으로 향한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