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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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병생활 중 매일 일기처럼 쓴 기록을 포토 에세이(오른쪽)로 발간한 이득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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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서 물러나 모두가 부러워하는 공무원 연금을 받으며 남은 생을 편히 살 줄 알았다. 귀촌해 평생 소원이던 글쓰기를 맘껏 할 수 있겠다며 들떴던 마음도 잠시, 시골로 간 지 몇 달 만에 급성간암으로 쓰러져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영화에서 볼 듯한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은, 그러나 5년째 글을 쓰고 있고 투병생활 중 쓴 자연찬가 100여 편을 묶어 수필집으로 내놓았다.
이득수(70) 시인의 포토 에세이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인타임)는 불치병으로 죽음의 낭떠러지에 선 노시인이 부르는 자연과 인생의 노래다. 저자는 병이 두 가지를 선물해줬다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했고, 작가로서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노시인이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과 내면의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은 에세이 한 편 한 편은 술술 읽히면서 감동적이다.
2015년 귀촌한 지 얼마 뒤 쓰러진 그에게 의사는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며 “맛있는 음식 마음껏 드시라”고 했다. 죽음이 지척임을 자각했을 때 산과 들과 하늘은 어쩜 그리 아름답게 다가올까. 시인은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메모를 했다가 ‘(울주군) 명촌리 사계’라는 제목으로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지난 11일 1000회가 됐다.
책은 ‘명촌리 사계’에서 100여 편을 가려 엮었다. 일기처럼 매일 쓴 에피소드는 총 6부로 구성돼 있으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구름 한 점에도 애정이 듬뿍 묻어있다. 시인은 “시작할 땐 한 계절을 못 채우면 어쩌나 싶어 사계절만 채워도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같은 계절을 네 번이나 맞았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하루를 더 산다면 하루치의 글을 더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저자는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와 수필집 ‘달팽이와 부츠’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는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2009년 부산 서구청 총무국장으로 퇴직했다.
임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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